씨름 보급과 활성화에 앞장선다…‘영주 대통령배 씨름대회’

입력 2009-12-01 13:46:22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대통령배 2009 전국씨름왕선발대회에서 씨름왕에 등극한 청년부 채희한(충남), 무궁화급 박미정(경기)과 김주영 영주시장(좌), 김인환 영주시의회의장(우)의 기념촬영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생활체육전국씨름연합회]

11월 26일부터 29일까지 경북 영주시 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대통령배 2009 전국씨름왕 선발대회는 전국 규모 아마추어 씨름대회로서는 올해의 마지막 대회였다. 남녀 선수가 개인 자격으로 출전해 토너먼트로 천하장사를 가리는 다른 대회와 달리 대통령배는 개인전과 시도별 단체전을 치른다.

소속 선수들의 입상점수를 합계해 종합우승팀을 가리는 점도 독특하다.

대회의 열기가 최고조에 달한 29일, 영주시 국민체육센터를 찾았다.

남자 청년부와 여자 부문 중 가장 무거운 무궁화급(80kg 이하) 우승자가 탄생하는 날이다. 제법 많은 관중들이 스탠드를 메우고 있었다. K-1 경기장을 떠올리게 만드는 장내 아나운서의 활기찬 목소리가 왕왕 울리고, 모래판 옆에는 주인을 기다리는 경품이 잔뜩 쌓여 있다.

놀랍게도 오늘 경품의 대상은 마티즈 승용차이다.

종합우승은 이미 경기도팀으로 확정되어 있었다. 지난 사흘간의 경기에서 선수들이 입상점수를 대거 획득한 덕이다. 경기도는 생활체육, 특히 씨름에서는 전국 최강으로 꼽힌다. 지난해 대구에게 우승컵을 내준 것을 제외하면 매년 경기도팀이 무적의 팀으로 군림해 왔다.

1989년 1회 대회 이후 이번 대회까지 도합 9회 우승했다.

“선수층이 두텁고 지원 체계와 동호인 구성이 잘 되어 있습니다. 동호인끼리 주기적으로 야간에 모임을 갖고 훈련을 합니다. 중고등학교 엘리트 선수들과 같이 5~6개월 정도 집중적으로 훈련을 하지요. 엘리트도 강세지만 경기도는 생활체육 자체가 굉장히 활성화 돼 있습니다.”

경기도씨름협회 최영화 부회장이 말한 경기도 우승의 비결이다.

‘씨름이 정말 재미있을까?’싶을지 모르지만 직접 경기장에서 보면 확실히 다르다. TV에서 볼 때도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현장에서의 박진감을 따라갈 수는 없다. 무엇보다 경기 직전 팽팽한 긴장감, 터질 듯한 선수들의 근육에서 느껴지는 박력에 압도당하고 만다.

게다가 경기장 밖에선 선수들도 평범한 동호인들이다. 선수들과 부담 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도 함께 찍을 수 있다. 생활체육의 재미다.

경기를 보며 생각해 본 생활씨름의 매력 세 가지.

① 승부가 빨리 난다
② 여자경기가 은근히 더 재미있다
③ 어쩐지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 경기는 여자부 무궁화급 결승전. 조현숙(40·서울)과 박미정(24·경기)의 대결이다. 조현숙은 2007년 대통령배 1위, 박미정은 올해 大천하장사, 전국여자천하장사대회 무궁화급에서 1위를 한 현 ‘무궁화급 최강자’다. 신경전이 살짝 오가는가 싶더니 박미정의 배지기에 조현숙이 툭 쓰러진다. 두 번째 판도 승부가 쉽게 나버리고 말았다.

박미정이 압도적인 힘으로 상대를 밀어버린 것이다.

대통령배 2009 전국씨름왕선발대회에서 무궁화급 씨름왕에 등극한 박미정(경기)을 동료선수들이 헹가래 치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생활체육전국씨름연합회]


박수가 쏟아지고 폭죽이 허공을 갈랐다. 경기도팀 선수들이 우르르 몰려나오더니 박미정을 헹가래친다. 사실은 들어올리는 척하다가 그대로 손을 놓아 버렸다. 박미정이 모래판에 떨어지며 비명을 지른다. 관중들이 하하하 웃으며 즐거워한다.

“작년에 3등 했거든요. 이번엔 1등 한 번 해보자 마음먹고 나왔습니다. 준비를 많이 했어요.” 박미정 선수의 얼굴이 환하게 빛난다. 임혜미(충북), 임수정(부산) 같은 강자들을 경기도팀 후배 엄송지가 잡아 준 것도 행운이었단다. 박미정 선수는 용인농협에서 청원경찰로 일하고 있다. 6시에 퇴근해 매일 2시간씩 씨름연습을 한다.

“혹시 근무하면서 씨름을 써 먹은 일은 없었나요?”
“하하하! (수상한 사람은) 아예 들어오지를 못해요.”

▲ 각 부문 입상자 명단(1~공동 3위순)

남자 장년부 : 최재형(충북), 조성수(경기), 김남훈(강원)·양찬주(인천)
남자 중년부 : 김상주(경북), 송종광(경남), 장호진(경북)·김완석(제주)
남자 청년부 : 채희한(충남), 이동석(경남), 안성호(경기)·이진만(대구)
여자 매화급(60kg이하) : 장재심(서울), 이연우(경기), 김미화(경기)·박정재(충북)
여자 국화급(70kg이하) : 정은미(서울), 홍선미(경기), 유선숙(경기)·임수정(부산)
여자 무궁화급(80kg이하) : 박미정(경기), 조현숙(서울), 임종례(인천)·엄송지(경기)
단체전 : 대구광역시, 경상남도, 경기도·서울특별시

영주|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사진제공|전국씨름연합회

김주영 영주시장.



[김주영 영주시장 인터뷰]


- 대회가 성공적으로 열린 것을 축하드린다.

“영주 시민이 단합했고, 향우회에서도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었다. 선비의 고장 영주와 전통씨름은 이미지가 상당히 통하는 것 같다.”


- 씨름대회 유치가 지역경제와 홍보에 도움이 되었는지?

“선수단만 1000명 가까이 영주시를 방문했다. 4일간 경기에 참가하면서 숙식을 하고, 소수서원, 부석사 등을 자연스럽게 들러 접할 기회가 마련됐다. 영주가 자랑하는 한우, 사과, 인삼을 전국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특히 면역력을 강화시켜주는 인삼은 최근 신종플루로 인해 특수를 누리고 있다.”


- 평소 씨름에 흥미가 있는 편이신지?

“본래 좋아했다. 씨름열기가 많이 식은 것 같아 아쉬웠는데, 이번 대회를 보면서 씨름이 중흥될 것을 믿게 됐다. 영주시도 씨름 보급과 활성화에 앞장서고 싶다. 한우, 사과, 인삼, 씨름을 묶어서 자연스럽게 영주를 알리는 방안을 추진해볼 생각이다.”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