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열의 멀리건] 우즈 명예회복의 길은?

입력 2009-12-15 11: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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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황제’ 타이거 우즈.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

Cheat.

매우 다양하게 쓰이는 동사다. 시험 부정행위인 커닝을 미국서는 cheating이라고 한다. 부부의 외도도 cheating이다. 남을 속이는 행위는 모두 cheating이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불륜을 치팅으로 표현한다. 메이저리그 최고연봉자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가 올해 초 약물복용이 탄로 났을 때 이 역시 치팅이었다. 약물로 홈런을 늘린 속임수 행동이다.

지난달 27일(한국시간) 올랜도 집 앞에서 벌어진 고통사고 후 우즈의 성추문이 속속 드러나면서 구글을 통해 날마다 쏟아져 나오는 기사는 많게는 하루에 1만여 건이 넘었다. 이날 이후 지금까지 우즈와 관련된 기사만 수십만 건에 이른다. 가정과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우즈는 지난 11일 PGA 투어 무기한 중단을 선언했다. 광고 스폰서들도 하나둘씩 포기하고 있다.

가장 큰 스폰서 나이키만이 우즈를 지키고 있다. 나이키는 한 해에 3000만 달러씩 우즈에게 주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우즈의 불륜을 놓고 말이 많다. LA 타임스는 우즈가 어떻게 에이전트와 캐디를 속이며 지금까지 한번도 기자들의 레이더에 걸리지 않고 이런 비밀관계를 유지했는지가 궁금하다고 했다. 심지어 우즈의 불륜행각이 날이 바뀌면서 계속 이어지자 인종차별설로도 번지고 있다.

우즈가 백인이었다면 미디어들이 이렇게 파헤쳤겠느냐는 흑백차별론이다. 실제 메이저리거 로저 클레멘스의 외도 행각은 한차례 보도로 덮어졌다. NBA의 악동으로 통했던 데니스 로드맨은 “우즈가 무슨 범죄를 저질렀나. 현미경처럼 그의 사생활을 들추는 언론이 문제”라며 우즈를 옹호했다.

하지만 우즈는 세계적인 골퍼로서 전 세계의 청소년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그의 혼외정사는 용서받을 수 없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우즈와 관계를 맺었다는 여성이 한명도 아니고 10명 가량 나타나면서 많은 팬들에게 큰 배신감을 안겨준 게 사실이다.
우즈는 레전더리 골퍼 아널드 파머, 잭 니클로스, 개리 플레이어, 톰 왓슨 등 대선배들이 프로 데뷔 후 지금까지 아무런 잡음 없이 품격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이들과 비교돼 더욱 곤경에 처해있다.

통산 메이저대회 18차례 우승으로 우즈의 목표 대상인 니클로스는 부인 바바라 여사와 49년을 동고동락하고 있다. 우즈는 이제 본인 뿐 아니라 모두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안겼다.

그렇다면 그에게 명예회복의 길은 없을까. 현재 잠정적으로 골프를 중단한 상태이지만 필드에서 우승으로 만회하는 길밖에 없다. 우즈가 우승했을 때 과거의 성추문은 자연스럽게 덮어진다. NBA 최고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와 약물복용이 발각된 로드리게스에게 팬들이 어떤 대응을 했는지가 거울이다.

브라이언트는 2003년 덴버에서 틴에이저 성추행으로 명예가 곤두박질쳤다. 부인에게 400만 달러 다이아몬드 반지를 사주고 이를 무마했다. 나이키와 스폰서 계약도 떨어져 나갔다.

그러나 2008년 정규시즌 MVP, 올해 NBA 우승으로 브라이언트는 명예를 회복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농구종목에서 최고의 인기 선수는 단연 브라이언트였다. 중국팬들은 야오밍보다 브라이언트를 더 보고 싶어 했다.

로드리게스도 시즌 초반 약물복용이 탄로 나면서 팬들에게 심한 야유를 받았지만 올해 플레이오프에서 눈부신 활약으로 뉴욕 양키스를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려놓으면서 모든 게 잠잠해졌다.

LA | 문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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