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월드컵] 포항은 울었지만 허정무호는 웃었다

입력 2009-12-16 03: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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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는 울었지만, 허정무호는 웃을 수 있는 한 판이었다.

16일 새벽(한국시간) 아랍에미레이트 아부다비 모하메드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포항-에스투디안테스(아르헨티나)와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2009 4강전.

이날 포항은 3명이 퇴장당하는 수적 열세 속에서 후반 데닐손이 한 골을 만회했지만 끝내 동점골을 얻는데 실패해 1-2로 무릎을 꿇었다. 포항은 한국 프로축구 컵 대회 우승 뿐만 아니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제패와 K-리그 클럽팀 사상 처음으로 클럽월드컵 4강에 오르는 등 K리그의 새 역사를 써내려 가던 터라 이날 패배는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겉으로는 포항의 결승 진출 실패에 안타까워하면서도 속으로는 내심 쾌재를 부른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허정무 감독을 비롯한 축구대표팀 코칭스태프들이었다.

허정무호는 월드컵 본선 조별예선에서 아르헨티나와 격돌하기 때문에 전력을 간접 분석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로 삼았다. 특히 에스투디안테스에는 전·현직 아르헨티나대표팀 멤버가 6명, 청소년월드컵(U-20) 출전 멤버가 2명이나 포함되어 있어 개개인의 경기력을 분석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허정무호가 월드컵 아르헨티나 대리전에서 얻은 소득은 3가지. 남미 특유의 조직력·빠른 역습·노장 후안 베론의 경계령이었다.

이번 경기에서 에스투디안테스는 화려한 개인기와 끈끈한 조직력을 앞세워 전형적인 남미팀의 모습을 보여줬다.

공격 시에는 미드필드부터 이어진 간결한 패스 플레이를 통해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나갔고 역습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빠르게 공격으로 전환하는 등 빠른 역습이 돋보였다. 수비 시에도 강력한 대인마크로 물샐 틈 없는 수비력을 과시했고, 공격수들의 적극적인 수비가담이 눈에 띄였다.

여기에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한 베론은 정확한 패스와 날카로운 슈팅 등으로 전혀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후반 7분 역습 상황에서는 포항 수비진의 뒷공간을 정확하게 찌르는 패스로 두 번째 골에도 관여했다. 무엇보다 34세의 나이에도 전후반 90분을 모두 소화하며 강철 체력을 뽐냈다. 리오넬 메시, 카를로스 테베즈 등과 함께 아르헨티나의 경계대상 1호로 꼽히기에 충분했다.

지난 1994년 에스투디안테스에 입단한 베론은 세리아A(파르마, 라치오, 인터 밀란)와 프리미어리그(맨유, 첼시)를 거쳐 2007년 친정으로 컴백했다. 또 1998 프랑스월드컵과 2002 한일월드컵에 나선 베론은 3월 마나도나호에 합류, 위기에 빠진 조국을 구해내며 '제2의 전성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밖에도 허정무호는 남아공 월드컵 공식구인 '자블라니' 적응에도 신경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블라니는 공기 역학을 이용해 공이 날아가는 궤적의 안정성을 높여 어떤 공인구보다 목표 지점까지 가장 안정적이고 정확한 슈팅이 가능하다.

게다가 탄성까지 높아 골키퍼보다는 공격수들에게 유리한 것이 특징이다. 이날 경기에서 포항 신화용 골키퍼는 에스투디안테스 선수들의 위력적인 중거리슛에 수차례 애를 먹었다는 점을 허정무호는 되짚어봐야 할 것이다.

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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