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수첩] 더 심해진 집중 견제… 이청용은 경계대상 1호

‘블루 드래곤’ 이청용. [스포츠동아 DB]

15일 오전(한국시간) 끝난 볼턴과 토트넘의 잉글리시 FA컵 5라운드(16강)에서 이청용이 73분간 뛰면서 상대 수비의 집중 견제를 받았다. 기존의 ‘뻥 축구’ 이미지가 강했던 볼턴은 오언 코일 감독 부임 이후 중원에서 시작되는 아기자기한 패스 플레이로 탈바꿈하는 중이다. 이날 역시 한층 향상된 경기력을 보여주며 눈길을 끌었고 그 중심에는 이청용이 있었다.

오른쪽 윙으로 선발 출전한 이청용은 전반 초반부터 감각적인 크로스를 여러 차례 성공 시켰다. 동료들의 연이은 슛 실패로 득점까지 이어가지는 못했지만 이청용은 상대편의 경계 대상 1호임이 분명했다. 토트넘 선수들은 경기 시작 전에 특별 지시라도 받은 듯 이청용을 거칠게 마크 했다.

전반 17분에는 토트넘의 팔라시오스가 이청용의 오른쪽 발등을 차는 반칙으로 경고를 받았다. 이청용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한동안 경기장에 쓰러져 있었다. 3분 후에는 오른쪽에서 골문으로 돌진하던 이청용을 베일이 강하게 몸으로 막아 심판에게 구두 경고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청용은 주눅 들지 않고 다양한 기술로 상대의 허를 여러 차례 찔렀다. 결국 케빈 데이비스가 터트린 선제골에 큰 역할을 했다.

비록 비기긴 했지만 이청용을 중심으로 한 볼턴의 패싱 플레이는 현지 언론에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경기 후 취재진이 “볼턴 선수들은 정말 좋은 플레이를 펼쳤다. 예전에 비해 많이 향상 됐다”며 칭찬할 정도였다. 코일 감독도 “오늘 우리 선수들의 플레이는 최상급이었다. (PK를 막아낸) 골키퍼 야스켈라이넨을 비롯해 모든 선수들이 훌륭했다. 다만 마지막 마무리가 아쉬웠다. 타깃맨의 경험 부족 탓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1-1로 비겨 25일 토트넘 홈구장에서 재경기를 갖는 것과 관련해 “다음 경기가 열릴 때까지 우리는 계속 발전할 것이다. 오늘보다 더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며 코일 감독은 자신감을 보였다.

월드컵을 앞두고 이청용을 너무 혹사 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지만 코일 감독이 왜 이청용을 계속 기용할 수밖에 없는지 너무나도 명쾌한 답변을 해준 활약이었다. 영국 진출 후 몇 달 만에 상대편 경계 대상 1호로 떠오른 이청용의 가치를 증명하기에 충분했지만, 경기장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많이 지쳐 보인 그가 안타까워 보였던 하루였다.

볼턴(영국) | 전지혜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