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수첩] 위기설 잠재운 한방 박지성은 살아있다!

입력 2010-02-01 11:4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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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스포츠동아DB

1일(한국시간) 런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스널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4라운드에서 드디어 박지성의 골이 터졌다. 유난히도 힘든 시즌을 보내며 위기설까지 불거진 박지성의 건재함을 만천하에 알린 축포였다.

웽거 감독은 매치 프로그램에 실린 인터뷰에서 지난 시즌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전을 떠올리며 “지금 우리는 그때와 다르다. 우린 더 성장했다”며 지난 패배를 설욕하기 위한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웽거 감독은 박지성에게 또 당했다. 2-0으로 앞선 후반 7분 쐐기골을 터트리며 맨유를 향해 맹공격을 퍼부었던 아스널에 찬물을 끼얹은 것. 웽거 감독 입장에서는 참 야속했을 박지성의 골 이었다.

지난 주 헐 시티전에서 결정적인 슛 찬스를 놓치는 바람에 영국 취재진으로부터 “맨유 선수 중 최악이었다”는 혹평을 들었던 박지성은 일주일 만에 보란 듯이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더구나 퍼거슨 감독이 “사실 상의 결승전이나 다름없다”고 밝혔을 만큼 치열한 순위 경쟁을 벌이고 있던 아스널전에서 터진 골이니 만큼 그 가치는 더욱 빛났다.

맨유 동료들은 모두 박지성을 끌어안으며 골 세리모니를 함께 했다.

특히 디펜스 진영에 있던 에브라는 한걸음에 달려와 ‘절친’의 첫 골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맨유 서포터즈 역시 박지성의 골이 터지자마자 ‘박지성 송’을 목청 높여 불렀고, 퍼거슨 감독은 발렌시아와 교체 아웃돼 벤치로 돌아오는 박지성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기특해 했다.

현지 언론의 평가도 후하다. 맨체스터이브닝뉴스는 박지성에게 “에너지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줬고, 골까지 기록 했다”는 평가와 함께 팀 내 두 번째로 높은 7점을 부여했다. 스카이스포츠도 “지칠 줄 모르는 플레이”라는 평가로 7점을 줬다. 박지성은 인터뷰에서 “시즌이 끝나기 전 까지는 득점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득점이 늦게 터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오늘 득점을 계기로 앞으로 더욱 많은 골을 넣도록 노력하겠다”며 앞으로의 각오를 밝혔다.

최근 가파른 상승세인 후배 이청용과 알게 모르게 비교 당하기도 했던 박지성. 이날 득점으로 그는 EPL 최고 선배로서의 자존심을 회복함은 물론 대한민국 캡틴으로서의 위상도 되찾을 수 있었던 의미 있는 하루였다.

런던(영국) | 전지혜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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