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 고기 먹을때 우린 도시락, 그러나…” 전북 ‘연봉 1200만원’의 반란

입력 2010-07-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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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웅·김의범, 울산전 골폭발
최감독 “눈물 젖은 빵의 승리다”


프로에서 2군은 춥고 배고프다. 꿈은 있지만 기약도 없고, 막막하다. 그러나 전북 현대라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기대하지 않았던 포스코 컵 4강 진출을 이끈 것도 바로 2군의 힘에서 나왔다.

말 그대로 연봉 1200만원의 반란이었다.

14일 울산전에서 1골-1도움을 올린 김지웅이나 서울에 입단하고, U-20 대표 선수로 기량을 인정받았음에도 양 무릎 부상으로 쫓겨나듯 전북에 새로 둥지를 튼 김의범 등이 신화를 썼다. 전북의 2-0 승.

1군이 K리그 경기를 위해 원정지에서 호텔 숙박을 하고, 경기 후 저녁 식사로 쇠고기를 구울 때 R리그(리저브 리그)에 나서는 2군들은 선수단 버스에서 잠을 청하고, 테이핑도 혼자 해야 한다.

도시락이나 5000원짜리 백반으로 끼니를 해결하기 일쑤. 별도 샤워실과 라커룸도 없어 간이 화장실과 임시 천막에서 유니폼을 갈아입는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본 이가 성공할 수 있다”고 2군들에게 늘 주지시켰다. 그리고 이들은 기대에 120%% 부여했다. 모두 한 걸음 더 뛰었다. 경기 후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는 선수들 대부분이 아이싱을 하고 있었다. 얼음 팩을 싼 이유는 부상 등이 아닌 쥐가 났기 때문이란다. 그만큼 죽기 살기로 뛰었다는 얘기다.

전북 2군 선수단을 관리하는 손지훈 홍보팀장은 “다시는 오지 않을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모두 기량은 갖췄다. 지웅이나 의범이는 모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30명 엔트리에 포함될 정도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열정과 의지가 승리를 가져왔다. 그저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주력들이 줄 부상으로 대거 이탈한데다 클럽이 출전할 수 있는 국내·외 모든 대회에 나선 전북이지만 희망이 있는 까닭은 바로 2군의 힘 때문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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