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이 EPL] 맨유가 흔들린다, 최악 부진 엎친데 루니 이적설 덮쳐…

입력 2010-10-21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결별 확실…마음 떠난 루니 왜?감독과 불화에 주급 인상좌절 실망 퍼거슨“재계약 불가능 통보 받았다”▶최악시즌 맨유 ‘미래가 더 캄캄’
하위팀과 3연속 무승부…4위 처져
주축 선수 30대 중후반 전력 하향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불안하다. 선수들의 줄 부상과 최근의 저조한 성적, 거기에다 루니의 이적설까지 터져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9일 오후(현지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현지 언론들을 상대로 연 미디어 컨퍼런스 분위기는 사뭇 심각했다.

이번 회견의 포커스는 역시 이적설이 나돌고 있는 웨인 루니의 잔류 여부.

여기서 취재진이 “루니가 새로운 계약 연장을 원치 않는다는 얘기가 맞느냐”고 묻자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모두 사실이다. 2010남아공월드컵 이후 루니 측과 대화를 나눴는데 재계약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했다. 실제로 루니는 맨유가 제시한 계약 연장에 사인을 하지 않고 있고, 퍼거슨 감독은 이미 루니와 결별을 기정사실화하는 인상이었다.

○역대 최악의 시즌…루니 때문?

맨유는 사상 최악의 부진에 처해 있다. 2010∼2011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최근 3연전을 내리 비겼다. 상대는 볼턴, 선덜랜드, 웨스트 브롬위치로 한 수 아래로 평가받은 상대였기에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졌다.

패배는 없지만 8경기에서 3승5무(승점 14)로, 6승1무1패(승점 19)로 리그 선두를 달리는 첼시와 격차가 승점 5점 차로 벌어져 4위에 랭크돼 있다.

유럽 최고, 더 나아가 세계 최강 클럽을 지향하는 맨유 입장에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성적이다. 실제로 후반 중반 이후부터는 거의 일방적인 플레이를 펼치고도 추가 골을 넣지 못해 번번이 승점 1점 확보에 만족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는 루니의 부진과 궤를 함께 한다. 지난 시즌 34골을 몰아친 루니는 경기당 1.0골의 엄청난 득점력을 발휘했지만 이번 시즌에는 8경기에서 불과 한 골을 넣는데 그쳤다. 그나마 이것도 페널티킥 골이었다.

그간 퍼거슨 감독은 루니의 실망스런 퍼포먼스가 이어질 때도 줄곧 감싸줬고, 매춘부와의 섹스 스캔들이 온 영국을 뒤흔들었을 때도 덮어줬다.

하지만 이제 둘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인상이다. 퍼거슨 감독은 “루니와 면담을 했지만 에이전트의 말을 반복할 뿐이었다. 얼마 전만 해도 루니는 팀 잔류를 희망했는데 대체 무엇이 그의 마음을 돌려놨는지 모르겠다”고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맨유 서포터스도 마찬가지다. 루니의 입장을 접한 팬들은 그간 보내던 응원의 메시지 대신, ‘우린 같은 배를 타고 있지 않다’고 비난의 날을 세우고 있다.

○루니의 거취, 어두운 맨유의 미래

2012년 6월까지 계약을 한 루니의 이적은 유력한 상황이다.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맨유가 루니를 잡지 못하면 ‘웹스터 룰’에 따라 500만 파운드(90억 원)의 적은 액수에 이적할 수 있다.

‘웹스터 룰’이란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선수 보호 및 이적 규정으로 28세 이전 계약한 선수는 3년이 지날 경우, 계약을 파기할 수 있고, 28세 이후에는 2년으로 단축되는데 여름 이적시장에 한해 적용되는 것을 의미한다. 2006년 맨유와 계약을 연장한 루니가 바로 이 룰의 적용 대상이기에 루니로서는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는 셈이다.

벤치와 불화도 얼마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잉글랜드대표팀 차출에 앞서 퍼거슨 감독은 루니를 리그 경기에 제외하면서 “발목이 좋지 않았다”는 이유를 댔다. 그러나 루니는 “발목은커녕, 아픈 데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퍼거슨 감독의 반박에도 불구, 이는 둘의 거리가 멀어졌다는 충분한 근거가 된다. 여기에 현재 10만 파운드의 주급을 받고 있는 루니가 16만 파운드(3억 원)로 인상을 요청했는데, 맨유는 최근 어려운 재정과 저조한 활약을 들어 루니 측 요구를 거절했다.

그렇다면 루니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경쟁 시대에서 남의 불행은 곧 행복을 의미하는 법. 벌써부터 맨유의 라이벌 클럽들은 구애의 손짓을 보내고 있고, ‘웹스터 룰’이 적용되지 않을 경우의 구체적인 이적료 액수까지 거론되고 있다. 맨체스터 시티와 첼시(이상 EPL), 인터 밀란(이탈리아)과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등은 루니의 잔류를 점치면서도 “만약 이적할 경우, 우리가 붙잡을 용의가 있다”는 비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맨유에서는 루니의 대체자로 리버풀의 페르난드 토레스 등이 거론되고 있다.

맨체스터이브닝뉴스 제임스 롭슨 기자는 “맨유가 처한 가장 큰 문제는 팀 전성기를 이끈 주역들의 고령화다. 라이언 긱스, 리오 퍼디낸드, 폴 스콜스 등은 벌써 30대 중후반이다”고 꼬집었다. 긱스는 허벅지 부상 재발로, 퍼디낸드는 복귀했으나 아직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여기에 루니의 부진이 겹쳤고, 꾸준한 플레이의 박지성마저 흔들리자 맨유의 팀 밸런스는 크게 흐트러졌다.

스포츠 전문채널 스카이스포츠의 해설가 제이미 레드크냅은 “박지성이 호조의 컨디션을 보여 온 것으로 맨유가 위안을 삼았으나 공백이 뻔히 보이는 맨유의 공격 자원을 볼 때 올 시즌 좋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솔직한 소견을 전했다.

맨체스터(영국) | 박영오 통신원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