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이 EPL] “박지성 없는 경기장은 안가!”

입력 2010-10-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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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선수 박지성. 스포츠동아DB

박지성 올시즌 경기출전 급감
인근거주 5만여 亞팬 발길 뚝


영국 맨체스터에 거주하는 500여 명의 한인들에게는 말할 것도 없고, 5만여 동북아시아인들에게도 박지성(사진)은 가장 인기 있는 유명 인사다.

맨체스터 지역 중국인 모임에서는 여전히 맨유 경기가 있는 날이면 단체 관람을 요청하는 주문이 꽤 많고, 일본인들도 맨유 경기가 있는 날이면 삼삼오오 짝지어 경기장을 찾는다.

물론 맨유 선수단 모두가 각광을 받는 게 아니다. 선수 중 누구를 가장 좋아하느냐고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박지성을 꼽는다. 대표팀으로 시선을 돌리면 중국과 일본 모두 서로 이겨야만 하는 숙명의 라이벌이지만, 이곳에서 이들은 모두 박지성을 응원한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 티켓을 구매하지 못한 친구들은 주로 학교 근처나 경기장 인근 펍(Pub)에서 맥주를 마시며 경기를 관람한다. 경기장의 박진감 넘치는 함성과 응원을 함께 할 수는 없지만 몇몇 펍들은 대략 200여 명을 수용하는 곳도 있기 때문에 박지성을 응원하기 위해 펍을 찾는 동북아시아인들이 자주 보인다.

맨유 마케팅 담당자는 “예전에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동북아시아인들이 박지성이 이적한 2005년 이후부터는 그 수가 크게 늘었다. 박지성이 부상 중일 때는 거의 안 보이기도 한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공식 티셔츠 판매처에서도 박지성의 백넘버(13번)를 새긴 맨유 셔츠를 입은 아시아인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것 자체가 그의 인기를 반영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올 시즌 이들의 행보에 제동을 거는 장애물이 생겨났다. 비싼 입장료를 내고 경기를 관람하러 갔건만 정작 보고 싶었던 박지성의 플레이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맨유 스타디움 투어 담당자 켈리 와이슨은 “요즘 경기장 투어를 하는 아시안들의 수가 줄었다”고 한다.

얼마 전, 맨유TV 홈페이지에는 박지성의 인터뷰가 게재됐다. 여기서 제임스 터크 기자는 박지성에 올 시즌 스스로의 활약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간단했지만 명확했다.

“솔직히 만족스럽지 않다. 과로나 부적응으로 인한 이유보다는 새로운 시즌에 대한 정신적 준비가 미흡했던 것 같다. 다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선수들은 항상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경험하는 것이고, 앞으로 더욱 나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번 국가대표팀(한일전) 일정이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터닝 포인트’는 없었다. 박지성은 소득 없는 국내 스케줄을 보내고 돌아왔다. 수술을 받았던 무릎 부위 통증으로 일본전에 출전하지 못했고, 분위기 전환에도 실패했다. 스스로도 “휴식이 언제까지 부여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수많은 동북아시아 팬들이 박지성의 출전을 간절히 바라지만 아직 밝은 내일을 예고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이래저래 박지성에게도 맨유를 응원하는 아시아 팬들에게도 인내심이 필요한 2010년 연말이다.

맨체스터(영국)|박영오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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