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다가 살았죠. 어휴.”
한화 내야수 이여상(27)은 이틀이 지났지만 아직도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했다. 그 얘기가 나오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여상은 6일 대전 KIA전에서 그야말로 지옥까지 갔다가 살아났다. 한화는 이날 9회말 강동우의 극적인 2점홈런으로 9-9 동점을 만든 뒤 계속된 1사만루 찬스를 맞았다. 여기서 타석에 들어선 이여상은 몸쪽 공을 순간적으로 피한 뒤 스스로를 자책하듯 배트로 자신의 헬멧을 치며 뒤늦게 아쉬움을 토해냈다. 피하지 않았더라면 끝내기 밀어내기 사구가 될 뻔한 상황. 그리고는 최악의 결과인 병살타를 치고 말았다.
만약 이날 패했다면 그는 역적이 될 뻔했다. 그러나 10회말에 이대수가 끝내기 홈런을 날려 한화는 10-9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이때 가장 기뻐 날뛰었던 선수가 바로 그였다. 이대수의 목을 끌어안고 거의 울 듯한 표정을 지었다.
8일 대전구장에서 만난 이여상은 “스스로에게 너무 화가 나 혼자 라커룸에 들어가 헬멧을 집어던지고 머리를 감싸 쥐고 있는데 바깥에서 환호성이 들렸다. 뛰어나갔더니 동료들이 모두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가 있어 끝내기 홈런이 나왔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나도 모르게 대수 형에게 달려가 끌어안았다. 대수 형이 너무 고마웠다”며 쑥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이재국 기자 (트위터 @keystonelee)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