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3D 인터뷰] 넥센 송신영, 12년만의 주연…임시 소방수는 위기가 즐겁다

입력 2011-05-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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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송신영(오른쪽)은 마무리 손승락의 빈 자리를 훌륭히 메우면서 팀의 수호신 역할을 하고 있다. 12년의 프로 생활 내내 주연보다 조연을 주로 맡았지만, 그는 스포트라이트를 탐내는 대신 여전히 “승락이가 오면 내 자리로 돌아가겠다”며 고개를 숙인다. 그가 주연보다 더 빛나는 조연 배우인 이유다. 스포츠동아DB

프로 데뷔후 줄곧 불펜투수로 조연인생
올해 손승락 부상으로 넥센 마무리 변신
8색구 앞세워 2승8S 구원 공동선두 펄펄
“손승락 돌아오면 불펜으로 복귀해야죠”
넥센 송신영이 팀의 수호신으로 거듭나고 있다. 2일까지 올시즌 13경기에 나가 2승 8세이브 방어율 0.55를 기록하며 구원부문 공동선두에 올라 있다. 1점차 승부에서 4차례나 세이브를 했고 2점차 승부에서도 3차례 팀승리를 지켰다.

1일 LG전에서는 8회 블론세이브를 했지만 2.1이닝동안 54개의 공을 던지며 승리투수가 됐다. 송신영은 항상 조연배우였다. 화려하지 않은 위치에서 그는 지난 12년 동안 최선을 다했다. 불펜투수로 최근 7년연속 70이닝 이상을 던졌다. 삼성 김현욱 코치(8년연속 70이닝)이후 처음이다.

올해 그는 데뷔후 처음 주연배우가 됐다. 마무리 투수로 팬들의 기대를 100% 충족시켜주고 있다. 하지만 그는 다시 조연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마무리는 손승락이잖아요. 저는 다시 제위치로 가야죠.” 주연보다 더 빛나는 최고의 조연배우, 넥센 송신영이다.

○ 송신영이 말하는 송신영

▲욕심을 버리니까 야구가 더 즐거워졌다

선발투수가 되고 싶었다. 다른 투수들보다 더 잘할 자신도 있었고 10승투수도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에게 선발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감독 입장에서 그는 언제든 마운드에 올릴 수 있는 최고의 불펜투수였기 때문이다.

“2008년에 선발투수를 포기했어요. 욕심을 버리니까 야구가 훨씬 더 재밌어지더라구요.”요즘은 위기 때 올라가도 즐기게 된다. 위기를 즐기는 게 가능하냐고 물었다. “상황을 읽고 내가 할 일을 정하면 위기도 즐길 수 있죠. 한 10년은 걸렸습니다.”


▲8가지 구종을 던지는 마무리투수

송신영은 8가지 구종을 던진다. 흔히 마무리투수는 타자를 압도하는 빠른 공과 변화구 두가지 정도가 보통이다. 송신영은 직구 두 종류와 커브,슬라이더,서클체인지업,싱커,포크볼,컷패스트볼을 던진다. 뛰어난 제구력과 변화구 구사능력은 그의 최대 장점이다.

LG 리즈를 보면서 송신영이 다시 한 번 확실하게 느낀 게 있다. “시속 160km를 던지는 리즈가 무조건 대박낼 줄 알았죠. 근데 홈런을 맞더라구요.” 투수와 타자는 결국 타이밍과 로케이션 싸움이다. 타이밍과 로케이션 승부라면 송신영은 정말 자신있다.


▲후배들은 몰라요

스프링캠프에서 송신영의 피칭은 후배들과 다르다. 그의 피칭은 항상 테마가 있다. “3-2, 8회 무사 1,2루 타자 이대호!” 공 하나 하나에 집중한다. 멋지게 던져 삼진을 잡으면 마운드에서 큰 소리로 환호할때도 있다. 포수가 “실툽니다. 홈런,역전입니다”하면 잠시 마운드에서 고개를 떨군다. 후배들은 송신영이 ‘참 재미있게 연습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송신영은 후배들이 자신이 왜 테마를 갖고 훈련을 하는지 이해하길 바란다. 테마피칭은 송신영이 위기에 강하고 위기를 즐길 수 있는 이유다. “3-1, 9회 1사만루 타자 김현수!”


▲김용수,송진우 선배를 뛰어넘는다

송신영은 두 가지의 큰 목표를 갖고 있다. 첫 번째는 김용수(현 중앙대 감독)가 기록한 613경기 출장을 넘어서는 것이다. 사이드암을 제외한 우투수 가운데 최고기록이다. 5월1일 LG전에서 499경기에 출장한 송신영은 빠르면 내년에 김용수를 넘어설 수 있다.

더 큰 목표는 최고령투수다. 2009년 은퇴한 한화 송진우가 43세까지 뛰었다. “제가 도전할 수 있는 가장 가치있는 기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최고령 투수를 위해 송신영은 4∼5년후 사이드암 투수로 변신까지 생각하고 있다. 올해 그가 사이드암으로 던지는 걸 본 적이 있다. “다카쓰 신고가 왔을 때 많은 도움을 받았죠. 사이드암 변화구도 배우고….”항상 내일을 준비하는 송신영이 대투수 송진우를 뛰어넘길 기대해 본다.

○ 김시진 감독이 말하는 송신영

▲대한민국 최고 투수다


2001년 송신영의 프로 데뷔전을 기억한다. 청주 한화전에서 선발 박장희가 무너져 구원투입했다. “송신영! 스파이크 끈 단단히 묶어!”

그때 “네”하고 대답하는 신영이의 눈동자가 빛났다.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그런 눈빛을 본 기억이 없다. 분명 이 녀석은 성공하겠구나”생각했다. 13년 동안 송신영은 한 번도 아픈 적이 없다. 하지만 아픈 적이 왜 없겠는가? 그만큼 정신력이 강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송신영은 대한민국 최고 투수다.


▲5월에도 마무리는 송신영

항상 송신영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선발을 시켰으면 훨씬 더 대우받으면서 잘했을텐데 고생만 시켰다. 올해 마무리로 정말 잘하고 있다. 손승락이 합류했지만 5월에도 마무리는 송신영으로 끌어갈 생각이다. 신영이가 잘하면서 불펜에 대한 걱정을 크게 덜었고 올시즌 욕심도 난다.


▲직구를 던져야 장수할 수 있다.

송신영은 변화구를 잘 던진다. 하지만 가끔은 변화구 때문에 무너지는 경우도 있다. 투수는 첫째 직구를 잘 던져야 한다. 직구에 대한 믿음이 없는 가운데 변화구 성공은 한계가 있다. 송신영은 타자를 이길수 있는 직구를 갖고 있다. 단순히 스피드건에 나오는 스피드보다 더 중요한 게 볼끝과 컨트롤이다. 그게 송신영의 직구다.

○ 정민태 코치가 말하는 송신영

▲멘토 송신영


넥센의 미래는 젊은 투수들이 어떻게 성장하느냐에 달렸다. 송신영은 젊은 투수들에게 사실 멘토같은 존재다. 투구폼도 완벽하고 못던지는 공도 없다. 경기운영을 그만큼 잘 하는 선수도 드물다. 송신영 같은 투수가 한 명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송신영의 야구는 지금부터

송신영이 선발로 꾸준하게 뛰었다면 매년 10승은 충분히 했을 것이다. 현대 시절에는 좋은 투수가 많아 불펜으로 밀렸고 넥센에서는 후배들에게 선발을 양보했다. 시즌 초반 송신영이 마무리를 확실하게 해줘 팀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개인적으로 신영이가 잘해서 더 기분이 좋다. 송신영의 구위는 지난해보다 훨씬 좋다. 지금부터가 송신영의 야구가 아닐까 싶다.


▲항상 연구하는 선수

송신영은 연구하는 선수다. 항상 새로운 것을 찾고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 올해 스프링캠프에서는 서클체인지업과 싱커를 마스터 하는데 전념했다. 공을 던질 때 팔꿈치를 약간 올린 것도 효과를 보고 있다. 커브를 던질 때 팔의 각도를 바꾸는 임기응변은 코치가 봐도 대단하다.

직구에 대한 믿음이 생기면서 경기를 쉽게 풀어가고 있다. 송신영과 손승락을 묶으면 적어도 8회와 9회는 걱정할 게 없다.

○생년월일=1977년 3월 1일
○출신교=재동초∼중앙중∼중앙고∼고려대
○키·몸무게=179cm·80kg(우투우타)
○프로 입단=1999년 신인드래프트 현대 2차11번(전체 88번)지명
○2010년 성적=65경기, 77이닝, 5승 5패 1세이브 14홀드, 방어율 4.21
○2011년 연봉=2억5000만원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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