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있는 정치인? 야구발전 위해 한 일 뭐 있나?”

입력 2011-05-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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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낙하산을 반대하나
임기 못채우고 떠난 과거사례 되풀이 우려
이번에 받아들인다면 차기도 낙하산 올 것
열정 가진 실무형 총재 토론통해 선출해야
“낙하산 총재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스포츠동아가 야구계 인사 50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차기 총재에 대해 무려 86%(43명)가 정치권 낙하산 인물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대부분‘야구계가 자율적으로 추대하는 총재’를 선호했다. 이들은 왜 정치권 낙하산 인사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일까. 그렇다면 차기 총재에 대해서는 어떤 인물을 선호하고 있을까.


○낙하산 정치인, 그동안 야구발전 도움 줬나?


김종 야구발전연구원장은 “현직 구단주나 구단주 출신의 기업인 등 내부인사가 적합하다”면서 “힘있는 정치인의 능력에 대해 오해를 해선 안 된다. 반대편에는 반드시 견제세력이 있는 법이다. 오히려 현안 해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역대 KBO 총재를 보면 박용오(12∼13대) 총재, 유영구 총재(17∼18대)만 야구계가 자율적으로 추대한 총재일 뿐 나머지는 모두 정치권 낙하산 인사였다.

특히 6대 오명 총재는 1993년 12월 3일 KBO 수장에 오른 뒤 정치권에 자리가 나면서 1994년 3월 31일 바람처럼 사라졌다. 총재로서 프로야구 한 시즌을 치르지도 못하고 시범경기만 구경하다 떠났다. 11대 정대철 총재는 1998년 6월 8일 부임해 비리혐의로 구속되면서 3개월도 채우지 못하고 그해 9월 3일 자리를 비우면서 ‘역대 최단명 KBO 총재’로 이름을 남겼다.

‘정부에서 미는 낙하산 인사라면 현 정권과 함께 떠날 가능성이 높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과거의 경험을 통해 그 폐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업무 파악하다가 총재직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얘기다. A구단의 한 선수는 “그동안 정치인이 와서 항상 말만 앞섰지 해놓은 게 뭐가 있느냐”면서 “임기도 채우지 못할 게 분명하다. 낙하산 정치인은 필요없다”고 선을 그었다.


○미래를 위해서도 낙하산 총재 단절필요

프로야구는 올해 창립 30주년 기념식을 성대하게 열었다. 걸음마 단계와 유년시절,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 성년기에 접어들었다. 그래서인지 야구계는 “이제 KBO 총재 자리는 공기업 사장처럼 정치권에서 좌우할 자리가 아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원로야구인 모임인 일구회의 이재환 회장은 “한국프로야구는 이제 국민스포츠로 자리잡았고, 아주 중요한 순간에 있다”면서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아주 적합한 외부인사가 아니라면 기본적으로 야구계 내부인사가 KBO 총재가 돼야한다”고 말했다.

전용배 동명정보대교수는 “그동안에도 낙하산 인사들은 모두 힘 있는 정치인이라고 했지만 모두 실패하지 않았나. 이젠 낙하산 인사에 대해 야구계도 옛날처럼 그냥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만만찮은 저항이 있을 것이다”며 달라진 시대 상황을 설명했다.

이용철 해설위원은 “야구장 한번 나타나지 않았던 정치권 인사가 KBO 총재를 맡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만약 이번에 낙하산 총재가 온다면 다음 총재, 다다음 총재 등도 계속 정치권에 시달릴 것이다”고 걱정했다.


○차기 총재의 자격은?

B구단 단장은 “앞으로 프로야구 30년 이벤트도 열리는데 야구에 대해 지식이 있어야 의사결정도 쉽지 않겠나”라면서 야구인 출신의 총재를 원했다.

SK 김성근 감독은 “야구를 잘 알고 헌신하는 인사가 총재를 맡아야한다”고 말했고, LG 박종훈 감독은 “정치인보다는 일꾼이 필요하다”면서 “전임 유영구 총재가 9구단 창단과 낙후된 지방구장 건립을 위해 많은 일을 추진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삽을 떴는데, 그걸 이어받아 완성할 수 있는 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허구연 해설위원은 “유영구 총재는 비록 안 좋은 모습으로 퇴진했지만 KBO 총재로서는 많은 일을 했다. 이전까지 매일 KBO에 출근한 총재가 있었나”라면서 “전문 CEO가 있어야 기업이 잘 돌아가듯, 야구발전을 위해서는 실무형 총재가 나와야한다. 전문성과 열정이 없는 사람이 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야구를 잘 알고, 야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가진 분”, “야구계 발전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분” 등 대부분은 ‘야구에 대한 식견과 애정’을 KBO의 총재 자격의 선결조건으로 내걸었다.


○새로운 KBO 총재 선출 문화 필요

또한 이번에 새로운 KBO 총재 선출 문화가 형성되기를 바라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C구단 운영팀장은 “이젠 절차도 중요하다”면서 “추천자를 대상으로 토론을 통해 가장 적합한 인물을 뽑는 과정을 거쳐야한다”고 말했고, D구단 운영팀장은 “정치권 인사는 이번에 뿌리를 뽑았으면 좋겠다.

야구계 인사는 힘이 없다고들 하지만 고 박용오 총재 같은 좋은 선례도 있지 않느냐”면서 “이사회에서도 현명한 결정을 내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KBO 김인식 규칙위원장은 “꼭 야구를 하신 분들이 아니더라도 구단주들을 포함해 그동안 야구발전에 기여해온 분이라면 야구인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면서 “서둘러 차기 총재를 영입하는 것보다 당분간은 사무총장의 총재 대행체제로 가더라도 신중하게 좋은 분을 찾아야한다”고 말했다.

이재국 기자(트위터 @keystonelee)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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