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샤워를 마치고 선수단 중 가장 빨리 라커룸에서 나오던 홍명보호 ‘캡틴’ 홍정호(제주·사진)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믹스트존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에게 다가왔다.
올림픽 진출이 사실상 어려워진 구자철(볼프스부르크)에게서 물려받은 주장 완장을 차고 뛴 첫 공식 경기. 홍정호는 홈에서 열린 요르단과 올림픽 아시아 2차 예선 1차전에서 전반 종료 직전, 어설펐던 패스 미스로 선취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주장) 신고식 제대로 했다. 내 실수만 아니었다면 완벽한 내용과 결과가 나왔을 텐데”라며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사실 홍정호에게는 패스 미스로 인한 기분 나쁜 트라우마가 있다. 2009년 U-20 청소년월드컵 가나전에 이어 작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란과 3∼4위 전에서패스 미스로 또 골을 내줬다. 올림픽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뛴 이날 요르단전까지 합치면 각급 무대 세 번째 패스 미스와 연계된 실점이었다.
6월 초 A매치 2연전을 위해 성인 대표팀에 소집됐을 당시 “U-20 대회 가나전의 기억을 떨쳐내겠다”고 각별한 각오를 다졌던 홍정호는 “내가 실수만 하면 늘 골로 연결된다. 정말 울고 싶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프타임 직전이라 긴장이 풀렸다”고도 했다. 그래도 주변의 격려는 큰 힘이 됐다. 동료들은 “괜찮다. 신경 쓰지 말라”고 했고, 홍명보 감독 역시 “몇 골을 내주든 아무런 질책을 하지 않겠다. 우리답게 싸우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이미 아픈 과거는 잊었다. 주장이라는 책임감도 크다. 속으로 울며 맞이한 후반전 때도 애써 태연한 척 했던 것 역시 이 때문이다.
홍정호는 “솔직히 계속 실수 장면이 떠올랐다”면서도 “요르단 원정에선 무조건 첫 실점은 피해야 한다. 더 이상 실수의 반복은 없다”고 각오를 다졌다.
상암|남장현 기자(트위터 @yoshike3) yoshike3@donga.com
사진ㅣ박화용 기자(트위터 @seven7sola) inph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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