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노경은(27·사진)이 ‘만년 유망주’꼬리표를 떼고 본격적인 비상을 시작했다. 최근 5경기 11.1이닝을 던져 2안타 12탈삼진 무실점. 17일 잠실 넥센전에서도 2.1이닝 동안 7명의 타자 중 무려 5명을 탈삼진으로 돌려세우는 괴력을 발휘하며 필승계투로 확실히 자리매김 했다.
그러나 지난해만 해도 그의 구속은 138km∼140km에 불과했다. 2003년 1차 지명될 때만 해도 150km대 빠른 볼을 던지는 고교 최대어가 프로 생활 8년 만에 구속이 12km나 뚝 떨어진 것이다. 떨어지는 건 순간이지만 끌어올리는 건 몇 년이 걸릴지, 아예 회복 못할지 모르는 상황. 당시 2군에 있던 조계현 현 1군 투수코치는 그를 급히 불러 구속이 급감한 이유에 대해 상담을 했다.
결론은 하나였다. 8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제자리를 찾지 못했고 그 과정에서 마음이 위축돼 투구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안 좋은 볼을 계속 던지다보니 투구밸런스도 완벽히 무너져 있었다. 하지만 조 코치는 롱토스 훈련에서 공을 100m 이상 던지는 모습을 보고 다시 구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이후 2군이지만 무조건 선발로만 등판시켰고 제자는 단 3경기 만에 150km를 다시 기록하며 스승의 기대에 부응했다.
물론 구속이 빨라진다고 다 좋은 투수가 되는 건 아니다. 조 코치는 “야구선수는 기술적인 부분보다 ‘누가 자신을 믿어주느냐’ ‘본인이 어떻게 마음을 먹느냐’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노경은이 마운드에서 좋은 볼을 뿌릴 수 있었던 건 코칭스태프가 자신을 믿어주자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생겨서 가능했다는 얘기다. “8년 만에 찾아온 기회를 다시 놓치고 싶지 않다”는 간절함 역시 그를 지탱해주는 힘이다. 아파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간절함은 어떤 기술보다 강력했다.
홍재현 기자 (트위터 @hong927)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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