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십여 년 전 미완으로 남겨뒀던 노래들이 마침내 제 이름을 찾았다. 싱어송라이터 이승윤이 정규 4집 ‘0집’을 통해 자신의 시작과 현재를 하나의 원으로 완성했다.
이승윤은 26일 오후 6시 각종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통해 정규 4집 ‘0집’을 발매했다. ‘0집’은 약 10년 전 홀로 작업했던 미완의 곡들을 다시 꺼내 재구성하고 재녹음해 완성한 앨범이다. 록과 모던록, 포크,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총 29곡이 수록됐으며, 오랜 시간 품어온 음악적 고민과 시대를 바라보는 시선을 한데 담아냈다.
앨범 제목 ‘0집’은 단순히 데뷔 이전을 뜻하는 번호가 아니다. 정규 1·2·3집보다 먼저 태어났지만 끝내 완성이라 부르지 못했던 노래들을 지금의 자신과 동료들의 손으로 비로소 완성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시작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0과 1·2·3을 하나의 원으로 연결하는 작업이라는 이승윤의 음악적 선언이기도 하다.
더블 타이틀곡은 서로 다른 방향에서 같은 질문을 던진다. 첫 번째 타이틀곡 ‘무얼 훔치지’는 사람은 타인의 것을 배우고 훔치며 스스로를 만들어 간다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익숙하게 믿어왔던 가치와 삶의 방식을 되짚은 끝에 “세상이 생각만큼 녹슬지 않았고, 나를 미워하지도 않았다”는 깨달음에 닿는다. 결국 다시 살아가겠다고 다짐하는 희망의 노래다.
반면 ‘뒤척이는 허울’은 직설적인 목소리를 낸다. 이미 낡아버린 규율을 절대적인 진리처럼 강요하는 사회를 향해 정면으로 의문을 던진다. 완장처럼 휘둘러지는 문장과 정답을 거부하며 강요된 질서에 맞서는 ‘역성’의 연장선에 선 작품이다. 풍성한 밴드 사운드 위로 브릿지부터 모노 사운드가 스테레오로 확장되는 입체적인 연출은 답답하게 갇혀 있던 시야가 한순간 열리는 듯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두 편의 뮤직비디오 역시 서로 다른 결을 완성한다.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감독 정다희가 연출한 ‘무얼 훔치지’는 따뜻한 스토리텔링으로 곡의 희망을 시각화했고, ‘역성’을 함께했던 호빈 감독은 ‘뒤척이는 허울’에서 사람과 악기, 문장과 언어가 뒤섞이는 실험적인 연출을 통해 밴드 사운드의 에너지와 메시지를 극대화했다.
‘0집’은 오래된 노래를 다시 꺼낸 회고록이 아니다. 가장 오래된 시간으로 가장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간 이승윤의 또 다른 출발점이다.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십여 년 전 미완으로 남겨뒀던 노래들이 마침내 제 이름을 찾았다. 싱어송라이터 이승윤이 정규 4집 ‘0집’을 통해 자신의 시작과 현재를 하나의 원으로 완성했다.
이승윤은 26일 오후 6시 각종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통해 정규 4집 ‘0집’을 발매했다. ‘0집’은 약 10년 전 홀로 작업했던 미완의 곡들을 다시 꺼내 재구성하고 재녹음해 완성한 앨범이다. 록과 모던록, 포크,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총 29곡이 수록됐으며, 오랜 시간 품어온 음악적 고민과 시대를 바라보는 시선을 한데 담아냈다.
앨범 제목 ‘0집’은 단순히 데뷔 이전을 뜻하는 번호가 아니다. 정규 1·2·3집보다 먼저 태어났지만 끝내 완성이라 부르지 못했던 노래들을 지금의 자신과 동료들의 손으로 비로소 완성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시작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0과 1·2·3을 하나의 원으로 연결하는 작업이라는 이승윤의 음악적 선언이기도 하다.
더블 타이틀곡은 서로 다른 방향에서 같은 질문을 던진다. 첫 번째 타이틀곡 ‘무얼 훔치지’는 사람은 타인의 것을 배우고 훔치며 스스로를 만들어 간다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익숙하게 믿어왔던 가치와 삶의 방식을 되짚은 끝에 “세상이 생각만큼 녹슬지 않았고, 나를 미워하지도 않았다”는 깨달음에 닿는다. 결국 다시 살아가겠다고 다짐하는 희망의 노래다.
반면 ‘뒤척이는 허울’은 직설적인 목소리를 낸다. 이미 낡아버린 규율을 절대적인 진리처럼 강요하는 사회를 향해 정면으로 의문을 던진다. 완장처럼 휘둘러지는 문장과 정답을 거부하며 강요된 질서에 맞서는 ‘역성’의 연장선에 선 작품이다. 풍성한 밴드 사운드 위로 브릿지부터 모노 사운드가 스테레오로 확장되는 입체적인 연출은 답답하게 갇혀 있던 시야가 한순간 열리는 듯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두 편의 뮤직비디오 역시 서로 다른 결을 완성한다.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감독 정다희가 연출한 ‘무얼 훔치지’는 따뜻한 스토리텔링으로 곡의 희망을 시각화했고, ‘역성’을 함께했던 호빈 감독은 ‘뒤척이는 허울’에서 사람과 악기, 문장과 언어가 뒤섞이는 실험적인 연출을 통해 밴드 사운드의 에너지와 메시지를 극대화했다.
‘0집’은 오래된 노래를 다시 꺼낸 회고록이 아니다. 가장 오래된 시간으로 가장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간 이승윤의 또 다른 출발점이다.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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