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상처 씻었을까

입력 2011-08-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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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올스타 사랑 나눔 클리닉

영국 프리미어리그는 경기장 좌석 중 관전하기 가장 좋은 곳에 장애우를 위한 공간을 따로 마련한다. 선수단 차원에서 보육원이나 병원 등을 찾아 수시로 봉사활동을 펼친다. 어린이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업 중 하나인 프로축구 선수들이 소외된 이들을 위한 행사에 참여하는 게 일상화돼 있다.

K리그가 뜻 깊은 행사를 마련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일 파주NFC에서 ‘2011 K리그 올스타 사랑 나눔 클리닉’을 열었다. 연맹은 매년 이 기간에 올스타전을 개최했지만 올해는 승부조작 파문이 터져 도저히 열수가 없었다.

올스타전 대신 팬들에게 사죄의 의미를 담아 장애우를 위한 행사를 기획했다. 작년 K리그 최우수사령탑 제주 박경훈 감독이 K리그 16개 구단 20명의 올스타를 지명했다. 제주 최영준 코치와 김장열 트레이너도 참석했다. 이들은 뇌성마비 장애우 곰두리 축구단에 애장품을 전달한 뒤 클리닉, 미니게임을 하며 2시간을 함께 보냈다.


○적극적인 참여

선수들의 적극적인 참여의지가 돋보였다. 연맹은 행사에 앞서 20명의 선수와 3명의 스태프에게 각자 2개씩 애장품을 가지고 와 달라고 부탁했다.



데얀(FC서울)은 자신의 유니폼과 축구화, 농구화 등 10개의 애장품을 가지고 와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김 트레이너는 평소 경기 중에 사용하는 의무 백을 가지고 와 눈길을 끌었고, 박 감독도 제주 유니폼과 FC바르셀로나 모자, 영국에 갔을 때 구입한 첼시 넥타이 등을 내놨다. 이 물건들은 곰두리 축구단 40명의 장애우들에게 전달됐다.

아침 일찍 울산에서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온 설기현(울산)은 “이렇게나마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어 보람된다. 영국에서 선수생활 할 때는 리그 차원에서 이런 행사들이 워낙 많았다”고 말했다.

하늘도 도왔다. 전날인 7월31일 서울, 경기 지역에 많은 비가 내린 데 이어 이날 오전부터 비가 예보됐다. 연맹은 폭우를 대비해 실내전환도 고려했다. 다소 흐리긴 했지만 다행히 비가 내리지 않아 차질 없이 진행됐다.

연맹 정몽규 총재는 “선수들이 진지하게 잘 가르쳐 주시는 모습을 보니 흐뭇하다. 이런 행사를 자주 열어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정 총재는 미니게임 후반에 들어가 직접 그라운드를 누볐다.

뇌성마비 축구국가대표 골키퍼 손혜성(25) 군은 “평소 좋아하는 이운재 선수를 만나 너무 좋다. 많은 분들이 장애인 축구를 낯설어 하실 텐데 홍보의 기회로도 삼겠다”며 활짝 웃었다.


○승부조작 파문을 넘어

승부조작의 상처를 씻으려는 노력도 곳곳에서 엿보였다. 정 총재는 “승부조작 파문을 통해 더 이상 숨길 게 없을 정도로 모든 허물을 드러냈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기회다.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이동국(전북) 역시 “팬들께서 승리를 위해 뛰는 선수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개인적으로 팬들이 더 즐거워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골을 넣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번이 끝이 아니다. K리그와 16개 구단이 8월8일까지 릴레이로 ‘사랑나눔’ 행사를 연다. 16개 구단 연고지역 주변의 소외 이웃을 방문해 축구 재능기부, 일손 돕기, 환경 정화활동 등을 펼칠 계획이다.

파주 | 윤태석 기자 (트위터@Bergkamp08)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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