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km달리며 미세조절…드라이버는 신의 손

입력 2011-09-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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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어링휠을 알면 F1이 보인다

섭씨 50도 실내서 운전대 컨트롤은 기본
트랙 상태별 토크 조절 ·12단 기어 조작
복잡한 버튼·다이얼을 내 몸처럼 다뤄야


F1 드라이버는 평균 320km의 속도로 서킷을 질주하고 경기 중 운전석의 온도는 섭씨 50도에 이른다. 한 경기를 치르고 나면 2리터의 수분이 배출된다고 한다. 이는 테니스 선수가 풀세트 접전을 펼치는 것과 맞먹는 체력 소모다. F1이 스포츠라 불릴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F1 드라이버들은 단순히 운전만 하는 것일까? F1 머신의 스티어링휠(운전대)을 보면 마치 항공기 조종석과 같은 복잡한 단추들이 숨어있다. 이를 통해 드라이버들은 머신의 클러치와 기어, 엔진의 토크, 리어윙, 전자식 하이브리드 급속 추진 장치 등을 머신과 코스 상태에 따라 매 순간 미세하게 조절하며 레이스를 치른다. 시속 320km의 속도로 달리면서도 차량의 미세한 부분까지 제 몸처럼 느끼며 컨트롤해야 하는 것이다. F1 드라이버가 전 세계 20명뿐이고, 상상을 초월하는 연봉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티어링휠에 숨겨진 주요 기능을 살펴본다.



1. 부스트(BOOST)

F1 머신에는 KERS(kinetic Energy System)라 부르는 전자식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장착돼 있다. 이는 제동시 소실되는 관성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시켰다가 드라이버가 부스트 버튼을 누르면 80마력짜리 전기모터가 작동하며 추가적인 추진력을 낸다.


2. 하베스트(HARVEST)

제동시 얻어지는 에너지의 총량을 드라이버의 요구에 따라 미세하게 조절하고 제한하는 장치다. F1 드라이버들은 정확하고 정밀한 피드백을 필요로 하는데, KERS를 사용하면 드라이버가 느끼는 제동 감각에 변화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3. 믹스(MIX)

엔진으로 흡입되는 공기와 연료 비율을 조정해 출력과 연료 효율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한다. 2010년부터 F1 머신은 경기 중 재급유가 금지돼 있다. 이 때문에 드라이버는 레이스 도중 연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까지 고려해야 한다.


4. 바이트 포인트(BITE POINT)

F1 레이스의 꽃은 스타트다. 출발 직후 몇 초간의 가속 구간이 가장 중요한 추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바이트 포인트는 완벽한 출발을 위해 클러치가 맞물리는 타이밍을 미세하게 조절해준다.


5. 토크(TOQUE)

트랙의 상태에 따라 토크 다이얼을 적절히 조절해 엔진 출력의 특성을 변화시키는 장치다. 드라이버는 직선과 코너에서 시시각각 이 장치를 사용한다.


6. 타이어(TYRE)

F1 머신에 어떤 타이어가 장착되어있는지를 입력해 정확한 속도를 계산할 수 있게 해준다.


7. 디퍼런셜(DIFFERENTIAL)

F1 머신은 뒤 차축 차동 기어의 특성을 12단계로 미세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 드라이버는 경주 중에 코너를 탈출할 때 차체의 후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파악해 코스 상황에 따라 이를 변화시킨다. 이것이 바로 F1 드라이버의 놀라운 능력이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reno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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