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러스|넥센 김수경] “745일만에…” 그 남자 웃다

입력 2011-09-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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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5명밖에 없는 현역 100승 투수 중 한 명. 그러나 무려 744일 동안 승리를 기록하지 못했다. 넥센 김수경은 28일 문학 SK전에 선발등판해 6.1이닝 동안 볼넷 없이 삼진 5개를 잡으며 무실점으로 호투해 개인 통산 112승째를 올렸다. 문학|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넥센 김수경

6.1이닝 5K 무실점 완벽투 시즌 첫 승
갈길 바쁜 SK에 일격…팀 4연패 탈출
“몸쪽 공 승부수…자신감이 승리비결!”


2010년 4월이었다. 시즌개막 이후 단 한 경기에 등판했던 김수경(32·넥센)은 정민태(41) 투수코치를 통해 김시진(53) 감독에게 2군행을 자청했다. 당시 연봉은 2억2000만원. 2군에 가면 일정액의 연봉이 깎여 나가는 것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김 감독은 “싸워보지도 않고 도망가려고 하면 어쩌느냐?”며 말렸다. 하지만 김수경의 마음은 한결 같았다. “팀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습니다. 제 몸은 제가 잘 압니다. 완벽하게 만들어서 돌아오겠습니다.” 그렇게 김수경은 강진으로 향했다. 2010시즌, 1군에서 본 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소식 없이 한 시즌이 지나고 연봉협상의 계절이 돌아왔다. 넥센 내부에서도 “워낙 열심히 하는 선수라서 안타깝지만, 재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구단 수뇌부는 100승 투수의 성실성과 인덕을 눈여겨봤다. 김수경은 “코치를 해 보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받았다. 유난히도 추웠던 지난 겨울. 김수경의 마음은 더 시렸다. “아직은 제가 코치를 할 나이는 아닙니다. 다음 시즌이 선수로서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겠습니다.” 한 때 4억(2007시즌)이던 연봉은 깎이고, 또 깎여 1억1000만원으로 줄었다. 당시 아내는 결혼 5년 만에 첫 아기를 태중에 품고 있었다. 가장(家長)은 플로리다 캠프에서 이를 물었다.

2군에서 시작한 2011시즌. 마침내 6월이 되어서야 기회가 왔다. 부상선수들이 많아지자, 김 감독은 2군에서 컨디션을 올리던 김수경을 호출했다. 430일만의 1군 무대였다. 1998년 신인왕, 1999년 탈삼진왕, 2000년 다승왕. 하지만 그는 호시절에 젖어 있지 않았다. 자기 자신을 서슴없이 “패전 처리”라고 표현했다. 세월의 무게를 인정할수록, 그는 점점 더 팀의 중추적인 역할로 다가섰다. 패전 처리에서 박빙 상황에서도 등판하는 불펜투수가 됐고, 마침내 선발기회도 찾아왔다. 연이은 호투에도 승리투수와 인연을 맺지 못했을 때도 그는 “최소한 6∼7이닝은 던져야 승리를 챙길 자격이 있는 것”이라며 6이닝을 채우지 못한 자신을 탓했다.

28일 문학 SK전. 선발로 나온 김수경의 최고구속은 142km였다. 직구 이외에는 슬라이더가 주류였고, 투심패스트볼을 아주 가끔씩 섞을 뿐이었다. 하지만 달라진 점이 있었다. 과감한 몸쪽 승부를 했다. 김수경은 “투수는 몸쪽 공에 부담을 느낀다. 가운데로 몰리면 장타를 맞고, 빗나가면 타자에게로 날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몸쪽 공의 구속이 바깥쪽보다 일반적으로 떨어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의 몸쪽 직구는 구속이 줄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감을 갖고 던지는 공은 구속이 같아도 위력이 다르다”는 말도 덧붙였다. 혼을 실은 몸쪽 공. 그것이 6.1이닝 5탈삼진 무볼넷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2009년 9월13일 대전 한화전 이후 745일 만에 승리를 챙긴 비결이었다. 김수경은 개인통산 112승을 수확하며 역대 다승순위 13위도 유지했다. 그의 아들 유한과 아내 신은경(32) 씨는 문학구장의 관중석 한 편에서 가장의 역투를 응원했다.

문학|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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