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사커] 김상식 “노익장? 그게 낙지 덕분이죠”

입력 2011-12-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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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 김상식은 화려하지 않지만 묵묵히 제 몫을 다해 최강희 감독으로부터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전북 우승 숨은 영웅 김상식

“외국엔 40대 현역도 많다”
성남서 쫓겨난 나를 끌어준
형님같은 최강희 감독이 은인
감독님 웃음 보기위해 늘 최선
보양식? 낙지 먹고 우승 쐈죠


올해는 전북 현대를 위한, 전북만의, 전북에 의한 시즌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K리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보여준 전북 현대의 퍼포먼스는 화려했다. 토종 스트라이커 이동국의 가치가 가장 빛났다. 전북 최강희 감독도 이를 부정하진 않는다. 하지만 늘 빼놓지 않고 거론하는 이름이 또 있다. 바로 김상식(35)이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때로는 센터 백 자원으로서, 화려하지 않은 포지션에서 묵묵히 제 몫을 다했기에 전북의 영광도 가능했다.

최 감독은 “언성 히어로(Unsung Hero)를 거론하라면 김상식을 꼽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때 성남 일화의 가장 화려했던 역사를 일군 주인공이었지만 2009시즌을 앞두고 거의 퇴출되다시피 전북 유니폼을 입었다. 최 감독이 “김상식을 거의 주어왔다시피했다”고 농을 친 것도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정말 그랬을까. 속내는 그렇지 않다. 최 감독은 경험 많은 살림꾼이 필요했고, 그를 직접 낙점했다. 김상식을 만난 자리에서 최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네가 나와 함께 했으면 좋겠다. 마지막 방점을 찍어달라”고 말이다. 김상식과 즐거웠던 카톡 대화록을 공개한다.


-최강희 감독은 어떤 의미일까요?

“오래 전부터 정말 대단한 지도자라는 평가가 있었어요. 항상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와서 한 번쯤 인연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제가 성남에서 계약이 해지되고 쫓겨나다시피 나왔을 때 동국이랑 함께 사석에서 따로 만나 ‘축구 선수는 나이 먹어도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외국에 돌아다녀 봐도 40세 넘는 선수들이 많다. 충분히 할 수 있으니까 나랑 같이 해볼 생각이 없냐’고 물어주셨어요. 어떻게 거부해요?^^”


-성남에서 김상식과 전북의 김상식 차이는?

“제가 성남에 있을 때는 젊을 때였죠. 활발히 기둥 역할을 해야 할 나이였고. 항상 열심히 했지만 그 때는 철모르고 뛰어다녔는데요. 지금은 전북에서 나이가 먹어도 잘할 수 있고 관록과 경험이 생겼다고 할까? 감각도 늘어났고, 인생에서 큰 공부를 하고 있어요.”


-최강희 감독께서 항상 칭찬하시죠.

“제가 감히 뛸 수 있다 없다 말하는 건 어렵겠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 제대로 몸으로 보여준 것 같아요. 땜빵 역할도 충분히 하려고 했는데. 아, 챔피언스리그를 거론하니까 좀 기분이 울적해지네요.”


-선수단에서 최강희 감독님은 어떤 분이죠?

“봉동이장님? ㅋㅋ. 큰 형님 같아요. 삐치시면 한 동안 말씀을 안 하세요. 이런저런 인생에서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요. 감독님 화나지 않게 해드려야죠.”


-우승의 방점을 찍어달라는 부탁을 하셨는데, 정말 그런가요?

“웃지 마세요. 전 정말 평소처럼, 항상 어떤 대회를 나가든지 한결같은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해요. 장점이 될 수 있지만 징크스를 만들려고 하지 않아요. 혹여 잘못됐다고 하더라도 그냥 잊죠. 무슨 일이 있어도 늘 평소처럼. 그게 제 지론이죠. 참, 동국이에게도 중요할 때, 필요할 때 제 몫을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 제가 아마추어라고 놀리는데. ㅎㅎ.”


-그렇게 오랫동안 잘 뛰는 비결은?

“운 좋게 좋은 몸을 타고 났고, 부상도 적은 편인데다 회복도 빠르고요. 항상 누구를 만나더라도 즐겁게 웃으며 살려고 하고. 동국이와 만나면 그래요. 즐기고 웃음 밖에 남는 게 없다고요. 항상 기분 좋게 생활하고 있어요. 낙천적이랄까? 그게 운동장이나 생활적인 부분에서 좋은 역할을 해주죠. 그냥 (최강희)감독님 활짝 웃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후배들에게 강요 아닌 강요를 하죠. 잘 뛰라고.^^”


-이동국과 그렇게 친한 계기가 있다면요?

“저희가 이래저래 좋은 일도, 힘든 일도 많았잖아요. 어려운 시기에 마침 동국이가 군대(상무)에 왔죠. 군 입대 동기로서 함께 지내다보니 차차 친해지게 됐어요.”


-보양식 챙기나요?

“음, 낙지요. 낙지를 일부러 챙겨먹으려고 해요. 역도스타 장미란이 낙지를 챙겨먹는데요. 이번 챔피언결정전 앞두고 목포 전지훈련 갔을 때 세발낙지도 많이 먹었죠. 경기 사흘 전에 지인이 낙지를 부쳐줬는데 동료들과 나눠 먹었어요. ㅋㅋ.”


-부각되기 어려운 포지션이죠.

“저희가 챔피언스리그 놓쳐서 아쉬웠잖아요. 그냥 빨리 잊었어요. 누가 몸 좋냐고 물어보면 축구를 몸으로 하냐고 해요. 애들하고 공 차는데, 몸으로 공을 차나요? 그냥 막 부딪히는 거죠.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합니다.”


-우승 준우승 빼고 기억나는 순간은요?

“에이, 대화 안 해요. 그것 빼면 무슨 얘기를 해요?”


-인생의 롤 모델이 있다면?

“(주저 없이) 홍명보 선생님이요. 동국이와 함께 일년에 한 번씩은 찾아뵙고 식사라도 하려고 노력해요. 한데, 너무 바쁘신 분이라 만나기 어렵지만 조언도 많이 받으려고 해요. 가끔 문자 한 통이 오면 너무 감격스럽죠.”


● 김상식?

▲ 생년월일 : 1976년 12월17일

▲ 신체조건 : 184cm, 73kg

▲ 포지션 : 수비형 미드필더

▲ 학력사항 : 덕천중-경남공고-대구대

▲ 경력사항
- 천안 일화 (1999 / 36경기, 1골 2도움)
- 성남 일화 (2000∼2002 / 95경기, 7골 5도움)
- 광주 상무 (2003∼2004 / 73경기, 4골 3도움)
- 성남 일화 (2005∼2008 / 124경기, 6골 4도움)
- 전북 현대 (2009∼2011 / 83경기, 2도움)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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