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미드필더 하대성은 올 시즌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해 마음고생을 했다. 그러나 최종전에서 해트트릭으로 팀을 3위에 올려놓으며 영웅이 됐다. 스포츠동아DB
햄스트링·인대·허리 부상 답답했던 한해
서울 3위 확정지은 3골 벤치서 난리났죠
수비형 MF로 시즌 6골…다 동료들 덕분
홈 2연전 이기고 내년 亞챔스리그 재도전
한동안 4위에서 허둥대던 FC서울은 지난 주말 막을 내린 정규리그 30라운드 최종전에서 끝내 3위 티켓을 땄다. 예정된 홈 2연전을 승리할 경우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할 수 있다. 마지막에 떠오른 영웅은 하대성(26)이었다.
서울 최용수 감독대행조차 “뜻밖이었다”고 표현했던 하대성의 해트트릭으로 경남FC 원정을 3-0 승리로 장식, 라이벌 수원을 따돌렸다. 시즌 개막 전부터 중반까지 부상이 이어지는 부침 속에서 하대성은 서울의 국내 선수들 가운데 최다 득점(6골)을 기록하는 등 돋보이는 플레이를 했다.
● 고비의 연속, 마지막에 만개하다!
-올해처럼 이렇게 힘든 적이 있었나요?
“시즌 개막 전에 다쳐본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햄스트링 부상에, 어깨 인대가 끊어지질 않나. 허리까지 다쳤으니 만신창이였어요. 아, 그래도 다리는 다친 적이 없어요. 불행 중 다행이랄까? ㅋㅋ.”
-전화위복인가요?
“아뇨, 그런 건 아니었어요. 개막부터 다쳐서 ‘아, 액땜했구나’라고 생각했는데, 부상이 겹치니까 참 답답하더라고요. 주위에서 ‘굿이라도 해야하는 게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사실 올 시즌은 그라운드보다 치료실이 더욱 친숙했죠. ㅠ.ㅠ”
-아쉬움도 컸을 것 같아요.
“아, 아시아 챔스리그를 놓친 게 너무 아파요. 마음 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꼭 아시아 트로피를 품에 안고 싶었는데…. 대회 예선까지는 그럭저럭 아픔을 참고 견뎠는데요. 정말 중요한 알 이티하드와의 승부 때 뛰지 못했죠. 그냥 너무 죄송했어요.”
-그래도 막판 제대로 한 건 했네요.
“경남전에서 첫 골을 넣고 벤치를 한 번 쓱 쳐다봤죠. 한데, 별로 분위기가 안 좋더라고요. (최용수) 감독님께서는 별 지시가 없었는데, 벤치에 있던 동료들이 더 난리났더라고요. 한 골 더 필요하다고. 수원이 이기고 있었거든요. 두 번째 골을 넣을 때만 해도 긴가민가했는데, 세 번째 골이 터지니까 벤치에서 난리가 났어요.ㅎㅎ.”
● K리그만큼은 우리가!
-수비형 요원이잖아요. 의외로 찬스에서 강해요.
“제가 잘해서가 아니에요. 동료들 때문이에요. 데얀이나 몰리나가 원체 강하잖아요. 자연히 찬스가 점점 많이 나오죠. 작년에도 사실 (정)조국이 형과 데얀 덕택이 컸어요.ㅋ.”
-올해 K리그가 남았어요.
“아시아 무대는 일단 잊어야죠. 친정팀 전북 현대가 결승전(11월5일)에 올라가서 쓰라리긴 하네요. 물론 축하를 해야 하지만. 그래도 홈 2연전이잖아요. 상암벌에서는 우리 능력이 120% 발휘된다는 게 중요해요. 아마 일단 2연승 하고나면 전북이나 포항이 긴장 좀 해야 할 겁니다. 6강 상대인 울산전만 바라보고 있어요.”
-서울에서 두 번째 시즌이에요.
“제가 딱 중간 위치에요. 위 아래로 격차가 굉장히 커요. 또래 동기들이 없는 게 아쉬움이랄까. 첫 시즌은 외로울 때도 많았죠. 전북에서 이적한 뒤 3개월 정도는 말도 못하고 운동만 했던 기억이네요. 저랑 함께 들어온 (최)효진이 형이랑 가깝게 지내면서 지금에 이르렀죠. 선수들과 두루두루 친해지더라고요. 하긴, 전임 빙가다 감독님도 갓 들어오신 분이라 함께 어색했던 기억? 그래서 나중에 두루 친해질 수 있었죠.”
● 김정우와 사비를 합치면 이상형?
-롤 모델은 누구에요?
“국내에서는 성남 일화 김정우 선배를 꼽고 싶어요. 볼 감각이나 공수 모든 면에서 가장 이상형에 가까운 선수로 생각하고 있어요. 국외를 꼽자면 아무래도 FC바르셀로나의 사비를 꼽고 싶네요.^^”
-이미지 트레이닝도 자주 해요?
“그럼요. 컴퓨터에 축구 영상 다운받아서 보기도 하고. TV 중계도 많이 찾아보죠.”
-돌발 질문 하나. 내게 최용수란?
“감독님이라기 보단 삼촌이나 형님 같아요. 사실 감독과 선수들이 가깝기는 어렵거든요. 하지만 우리 감독님은 그렇지 않아요. 대화와 화제가 잘 통하니까. 터울 없이, 격의 없이? 아, 너무 건방진 게 아닌가? ㅋ. 항상 우리 선수들 편에 서세요. 묵묵히 힘든 거 홀로 감내하시고, 항상 고마운 분이에요.^^”
-요즘 휴일이죠?
“동료들과 시간 나면 여행이나 가려고 했는데. 여행도 무지 좋아하거든요. 짬나면 어디든 반드시 가려고 해요. 주말 경남전 뒤 사흘 휴가를 받았는데, 동생 녀석(전북 하성민)이 이번에 상무에 지원해서요. 오늘(11월 1일) 테스트 받으러 가는 거 운전사 하기로 했어요.”
-올 시즌 끝나고 여행가겠네요.
“예, 계획도 다 세워뒀어요. 친구인 (이)근호랑, 강원FC (백)종환이랑 겨울에 가까운 동남아 쪽으로 다녀오려고요. 몰디브도 가고 싶은데. 기후 변화로 나중에 사라질지 모른다면서요. 어디서 그 얘길 들어서. 그전에 우리 팀이 우승하면 금상첨화인데.”
● 하대성?
▲ 생년월일: 1985년 3월 2일
▲ 신체조건: 182cm 73kg
▲ 학력사항: 부평동중-부평고
▲ 프로경력
- 울산 현대 2경기(2004∼2005)
- 대구 FC 74경기 7골 4도움 (2006~2008)
- 전북현대 30경기 2골 2도움(2009)
- FC서울 53경기 14골 5도움(2010∼현재)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