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감독(왼쪽)-최희섭. 스포츠동아DB
“내주 팀이 광주로 가면 기회 생길 것”
여전히 차가운 반응속 1군 호출 여지
팀기강 수립위해 겉으론 엄격한 태도
마치 ‘그런 선수 이름은 처음 들어본다’는 어투와 표정이었다. 그러나 그 반어법 속에 다의적 의미가 담겨 있는 듯한 뉘앙스 역시 숨기지 않았다. 2군에서 백의종군의 자세로 다시 뛰고 있는 KIA 최희섭을 바라보는 선동열 감독의 시선과 속내는 이렇게 다면적이었다.
○퉁명함은 ‘최희섭 합류 임박’ 신호?
23일 사직 롯데전에 앞서 최희섭의 현재 상태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이 나왔다. 선동열 감독은 “몰라요. 들은 적 없어요”라고 딱 잘랐다. 그런데 정작 추가질문이 없었는데도 선 감독은 말을 쭉 이어나갔다. 말은 단호했지만 생각은 많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다.
선 감독은 “다음주에 (나를 포함한 KIA 본진이) 광주로 간다. 거기 있으면 (최희섭이) 선수단 앞에 사과할 기회가 생기지 않겠나. 선수단이 그 사과를 받을지, 안 받을지가 우선이다. 나머지는 그런 다음에 생각하겠다”고 덧붙였다.
일면 단호하지만 여지를 남겨둔 발언이기도 하다. 선 감독은 “(팀에 합류하더라도) 단기적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 시범경기는 쉽지 않다”고도 밝혔다. 최희섭의 상태를 직·간접적으로 체크하고 있다는 증거다. 관심이 없다면, 복귀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면, 할 수 없는 얘기들이다. 최희섭이 각성과 분발의 자세를 보여준다면 포용하겠다는 메시지나 다름없다.
○최희섭에게 유독 엄격한 배경
선동열 감독이 이처럼 ‘겉으론 엄격, 속으론 포용’이라는 양면적 태도를 취하는 이유는 최희섭의 팀 이탈 파동을 최희섭 개인의 문제로만 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선 감독은 이 사안을 “팀 기강”의 문제로 파악하고 있다는 의견을 확실히 했다.
선 감독의 의중을 요약하면 이렇다. “감독은 단기적으로 우승을 목표로 하지만 훗날을 기약하며 팀을 만들어가야 하는 자리다. 그러려면 선수들이 따라와줘야 된다. 이를 위해 누구를 막론하고 감독을 따라오게 해야 된다.”
리더십의 출발은 ‘감독 중심’으로 팀 기강을 잡고 난 뒤부터라는 의지다. “선수들이 감독의 의도를 알 필요가 있다”는 말을 꺼낸 것도 그래서다. “이름값은 중요하지 않다. 내 눈으로 보고 검증된 선수를 쓴다”는 주의다. 역설적으로 최희섭도 이제부터 열심히 하는 모습만 보여준다면 기회를 주겠다는 해석이 나온다.
사직|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