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로열스 신진호 “진갑용 선배가 롤 모델”

입력 2012-09-05 10: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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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호(캔자스시티 로열스). 동아닷컴DB

신진호(캔자스시티 로열스). 동아닷컴DB

[동아닷컴]

신진호(21)는 전남 화순고 3학년 때인 2009년 캔자스시티 로열스에 스카우트돼 이듬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올해로 미국 진출 3년째.

화순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 야구를 시작한 그는 화순중과 화순고를 거쳐 프로에 입단 한 지금까지 줄곧 포수로만 뛰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전국 대회에서 타점상을 두 번이나 차지했을 정도로 공격력도 좋고 특히 찬스에 강한 타자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건장한 체격(188cm 90kg)에 2루 송구 능력이 좋은 신진호를 장래가 기대되는 수비형 포수라고 평가한다. 게다가 포구 능력이 좋은 신진호는 매년 스프링캠프 때 마다 빅리그 투수들이 그에게 공을 받아 줄 것을 부탁할 정도로 구단 내에서는 어느 정도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신진호 본인은 수비는 물론 공격력도 뛰어난 포수가 되고 싶다고.

올 해 싱글 A에서 출발한 신진호는 시즌 초 타율이 0.181로 부진, 시즌 중 루키리그로 내려오기도 했다. 그는 3일(한국 시간) 현재 타율 0.278, 7홈런, 32타점을 기록하며 어느 정도 타격감을 회복한 모습이다.

다수의 메이저리그 구단이 싱글 A 쇼트시즌을 운영하는 것과 달리 캔자스시티는 경비절감 차원에서 루키리그 두 곳을 운영한다. 신진호가 속한 루키 파이오니어리그는 타 구단의 싱글 A 쇼트시즌에 해당하는 곳으로 기존의 루키리그보다 수준이 높다. 신진호의 타격감 회복이 더 반가운 이유다.

동아닷컴은 미국에서 활약중인 신진호를 전화 인터뷰했다. 시즌 종료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근황과 향후 계획을 들었다.



다음은 신진호와의 일문일답.

-몸 상태는 어떤가?

“아프거나 불편한 곳도 없고 아주 좋다.”

-마이너리그 생활은 알려진 것 이상으로 힘들다. 음식 등 어려운 점은 없나?

“이동 거리도 버스로 10시간 이상 가야하고 한국 음식도 그립지만 충분히 견딜만 하다. 야구를 잘할 수 있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위해서라면 이 보다 더한 고생도 할 수 있다.”

-야구는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나?

“초등학교 2학년 때 시작했다. 형(신성호)이 먼저 야구를 하고 있었는데 형이 뛰는 것을 보러 갔다가 당시 야구부 감독님이 내가 덩치가 좋으니 야구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했다. 당시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지만 야구부 감독님의 설득과 내 의지가 강해 시작할 수 있었다.”

-형도 야구를 계속하고 있나?

“아니다. 형은 원래 투수였는데 부상 때문에 야구를 그만두고 지금은 건국대 체육학과에 재학중인 평범한 학생이다.”
신진호(캔자스시티 로열스). 동아닷컴DB

신진호(캔자스시티 로열스). 동아닷컴DB


-포수로 미국에 진출했다. 어려서부터 포수였나?

“그렇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줄곧 포수로만 뛰었다.”

-본인이 생각할 때 자신은 어떤 유형의 포수라고 생각하나?

“전문가들의 평가도 그렇고 내 자신도 수비형 포수라고 본다. 공격력은 옵션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구단에서는 둘 다 잘해주길 바란다. (웃음)”

-야구 선수로서 자신의 장단점을 꼽자면?

“장점이라면 성격이 밝고 늘 긍정적인 편이다. 단점이라면 자신감이 부족하고 타석에 섰을 때 생각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시즌 초에도 생각이 너무 많아 슬럼프를 겪었다.”

-미국 진출 3년째다. 빅리그 입성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나?

“미국에 오기 전에는 쉬울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와서 해보니 생각보다 어렵다. 그래서 지금은 마음을 비웠다. 메이저리그 진출 계획도 5~6년 정도로 수정했다. 급하게 가다 넘어지느니 한 단계씩 차분히 배우면서 올라갈 생각이다.”

-그렇다면 언제쯤 메이저리거 신진호를 볼 수 있을까?

“메이저리그에 올라가려면 실력도 좋아야 하지만 팀 분위기나 선수층의 변화 등 주변 요건도 무시할 수 없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2015년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많이 응원해 달라!”

-미국에서 야구할 때 힘든 점을 꼽자면?

“야구야 어디서 하든 다 똑같기 때문에 야구로 인해 힘든 점은 없다. 다만 타향살이를 하다 보니 여과시간에 할 게 없다. 쉴 때 확실히 쉬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해야 에너지가 충전돼 다음 연습이나 경기 때 더 잘 할 수 있는데 그 점이 아쉽다.”

-본인이 좋아하거나 닮고 싶은 선수는 누구인가?

“메이저리그에서는 이반 로드리게스를 좋아했고 한국에서는 진갑용(삼성) 선배를 좋아한다. 진갑용 선배의 수비력은 정말 최고다. 특히 진갑용 선배는 지금 그 나이까지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게 정말 대단하다. 본받고 싶다.”

-동기들 중 한국프로야구에서 뛰는 선수는 누가 있나?

“동기 중에는 이승현(LG)이 있고 후배는 정진기(SK), 홍건희(KIA) 그리고 선배로는 김선빈(KIA) 형 등이 있다.”

-그들의 활약을 보면 미국에 온 게 후회되지 않나?

“(단호하게)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그럼 언제 미국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나?

“세계 각국에서 온 유망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운동할 때 미국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야구팬들에게 야구 선수 신진호라는 이름이 낯설고 앞으로 갈 길도 멀지만 반드시 빅리그에 진출해 내 자신의 영광 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위상도 높이고 싶다.”

-시합이나 연습이 없는 날은 주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가?

“팀 동료들과 함께 등산을 하거나 강에서 수상스키를 타는 등 레저를 즐긴다. 수영도 좋아한다. 수영은 거의 물개 수준이고 한 번 잠수하면 보통 2분 이상씩 있다 나온다. 하하”

-올 시즌 초반 싱글 A에서 타율 0.181로 부진했다.

“당시 타석에서 생각이 너무 많았다. 최근에는 생각을 많이 하지 않고 편하게 하고 있다. 그랬더니 잘 맞더라.”
신진호(캔자스시티 로열스). 동아닷컴DB

신진호(캔자스시티 로열스). 동아닷컴DB


-포수는 투수와의 호흡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대화를 많이 해야 하는데 영어 공부는 꾸준히 하고 있나?

“영어 공부는 늘 열심히 한다. 밤마다 개인적으로 스윙 연습을 두 어 시간한 뒤 영어 공부를 하고 잠자리에 든다.”

-후배들의 미국 진출에 대해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

“일단은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영어는 최대한 많이 배워와야 한다. 영어를 못해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기면 팀에서 외톨이가 될 수 있고 그러다 보면 야구에 전념할 수 없다.”

-야구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까?

“가수를 하고 있을 것이다. 아버지를 닮아서 노래를 잘한다.”

-본인이 직접 시구자를 고를 수 있다면 누구를 초대하고 싶나?

“걸그룹 미스에이의 수지를 부르고 싶다. (웃으며) 내 이상형이다.”

-메이저리그에 올라가기 위해 본인이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수비와 공격 등 양쪽 모두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특히 자신감이 중요한데 아직까지 많이 부족하다. 그리고 한국인은 남미나 미국인에 비해 힘도 부족하고 스피드도 떨어지고 운동 신경도 떨어지는 편이다. 그렇기에 그들에 비해 2~3배의 노력과 철저한 자기 관리는 필수다. 정말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2루 송구 능력이 좋다고 들었다. 어느 정도인가?

“포수가 투수의 공을 받아 2루에 던지는 동작까지 1.9초 안에 이뤄지면 수준급이라고 한다. 내 경우는 1.84~1.87초 정도 걸린다.”

-어깨도 좋다고 들었다. 조인성(SK)처럼 앉아쏴도 가능한가?

“물론이다. 어깨 하나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다.”

-스프링캠프 때 만났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시즌이 끝나가고 있다. 올 시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시즌 초 싱글 A에서 너무 일찍 내려왔다. 싱글 A에서 최근 같은 성적을 냈으면 올 시즌 충분히 하이 싱글 A까지 올라갈 수 있었는데 그 점이 너무 아쉽다. 올 해 깨닫고 배운 게 많으니 내년에 반드시 만회하도록 하겠다.”

-앞으로 일정은 어떻게 되나?

“9월 첫 째 주에 시즌이 끝나면 이틀 정도 쉬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한국에 가서는 개인훈련을 한 뒤 내년 2월쯤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스프링캠프에 합류할 예정이다.”

-끝으로 한국에 있는 야구팬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마이너리그 생활은 언론에 알려진 것 이상으로 힘들다. 그런데 인터넷을 보면 마이너리그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들 기사에 악의적인 댓글이 많다. 특히 미국서 방출돼 한국으로 돌아간 선수에게 그런 댓글이 많다. 야구 선수이기 이전에 그들도 사람이다. 비난 대신 그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격려해 줬으면 고맙겠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indian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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