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현기자의 가을다이어리] 손시헌 수술 “가족들 눈물…응원으로 보답”

입력 2012-10-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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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을 다친 두산 손시헌은 경기를 뛰지는 못하지만 가을잔치 동안 선수단과 동행하며 바로 곁에서 응원하기로 했다. 홍재현 기자

세 여자가 눈물을 흘립니다. 저 때문입니다. 지난달 30일 잠실구장, 시속 150km가 넘는 LG 리즈의 공이 오른 검지를 강타했습니다. 솔직히 당시에는 큰 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아프긴 한데 내일 하루 쉬면 괜찮겠다.’ 담담하게 병원 검진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청천벽력 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골절. ‘이제 가을인데….’ 눈앞이 깜깜해졌습니다.

임신 7개월인 아내의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수술을 해야 하는데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나 대구 가! 도착하면 전화할게.” 거짓말을 했습니다. 마침 LG 경기 후 대구 원정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평소와 다르게 질문을 많이 합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했다고 합니다. 쉴 새 없이 질문을 던지는 아내에게 “피곤하다”며 억지로 전화를 끊고, 홀로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검지에는 핀 5개가 박혔습니다. 수술이 끝난 뒤 용기를 내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나 사실 수술했어.”(손시헌)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어쩐지 이상하더라!”(아내) 만삭인 아내가 울음을 터트립니다. 미안함이 물밀 듯 밀려왔습니다. 눈물은 전염됐습니다. 아내가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고, 일본에 있는 누나에게까지 이 사실이 전해졌습니다. 세 여자의 눈물이 마음을 적십니다.

그래도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저에게는 아직 할 일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동료들과 함께 경기를 뛰지는 못하지만 감독님의 배려로 ‘벤치특별응원단’에 임명됐습니다. 가을잔치 동안 선수단과 동행하며 목소리를 높여 ‘파이팅’을 외칠 겁니다. 큰 경기 경험이 적은 (김)재호와 (허)경민이에게, 미약하지만 제가 가진 노하우도 알려줄 생각입니다. 방망이를 들 수도, 글러브를 낄 수도 없지만 저의 가을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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