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포를 삼킨 스몰볼

입력 2013-09-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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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로야구 1위 박병호-미국 ML 홈런 1위 크리스 데이비스. 사진|스포츠동아DB·메이저리그 사무국

■ 국내프로야구 대형거포 실종사건…타격 전문가 3인의 긴급진단

황병일 “1점 뽑는 야구, 콘택트 위주 타격 늘어”
김무관 “투수들의 높아진 변화구 구사율도 원인”
박흥식 “하체 훈련 기피·전력분석 발전도 한몫”

‘거포 실종의 시대’다. 2003년 이승엽(삼성)이 56홈런으로 아시아 단일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을 세운 이후, 한국프로야구에서 40홈런을 넘긴 타자는 2010년 44홈런의 롯데 이대호(현 오릭스)가 유일하다. 박병호(넥센·26개), 최정(SK), 최형우(삼성·이상 24개)의 3파전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는 올 시즌 홈런왕 경쟁도 30개 전후에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블라디미르 발렌틴(야쿠르트)이 52홈런을 기록 중인 일본이나 크리스 데이비스(볼티모어·47개)와 미겔 카브레라(디트로이트·43개) 등 2명이 40홈런 이상을 기록 중인 미국과 달리, 한국에선 리그를 압도하는 대표적 거포가 보이질 않는다. 전성기가 훌쩍 지난 이승엽과 일본으로 떠난 이대호의 빈자리를 메울 이렇다할 후보가 없다. ‘거포 실종’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포츠동아는 LG 김무관(58) 타격코치, 두산 황병일(53) 수석코치, 롯데 박흥식(51) 타격코치 등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타격이론가들과 함께 거포 실종의 원인을 짚어보았다.


● 파워보다 정확성에 치우친 타격

롯데 코치 시절 이대호를 키워낸 김무관 코치는 거포 실종의 이유로 ‘정확성에 치우친 타격 추세’를 꼽았다. 홈런타자가 되기 위해선 투스트라이크 이후에도 삼진을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하게 자기 스윙을 해야 하지만, 큰 스윙보다 팀에 보탬이 되기 위해 콘택트에 신경을 쓰는 타자들이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또 투수들의 변화구 구사 비율이 급격히 늘어난 점도 홈런타자의 실종 이유로 들었다. 김 코치는 대형타자가 나오기 위해선 단점을 고치기에 앞서 자신의 기술적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그 뒤 꾸준한 반복훈련을 통해 단점을 고쳐나가야 좋은 타자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 빅볼보다 스몰볼에 집착하는 현실

2009년 최우수선수(MVP) 김상현(당시 KIA·현 SK)을 탄생시킨 타격코치 출신의 황병일 수석코치는 한국야구의 흐름이 빅볼보다는 스몰볼을 추구하면서 콘택트 위주와 뛰는 야구, 1점을 뽑는 야구에 초점이 맞춰지다보니 홈런타자가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황 코치는 “아마추어에서도 나무배트를 사용하면서 홈런이 나오지 않으니까 자기 스윙을 하기보다는 콘택트 위주의 스윙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우투좌타가 많아진 것도 거포가 줄어든 이유라고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좌타는 치고 빨리 뛰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우타보다는 좌타를 선호하면서 거포, 특히 오른손 거포가 크게 줄었다는 진단이다.


● 약점을 파고드는 투수, 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타자

이승엽의 스승으로 불리는 박흥식 코치는 타자들이 파워를 키우는 웨이트트레이닝에 과거보다 소홀한 점을 지적했다. 홈런을 치기 위해선 하체가 중요한데, 고된 하체훈련을 기피하는 성향이 있다는 말이다. 박 코치 역시 “투수들의 변화구 구종이 다양해진 것도 한 이유”라며 “더구나 각 팀 중심타자를 대상으로 전력분석이 집중돼 약점을 파고 들다보니 홈런 나오기가 힘들어졌다. 강타자를 상대로 볼넷을 줘도 좋으니 정면승부를 피하라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do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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