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정수빈. 스포츠동아DB
2009년 PO3차전 뼈아픈 실수 아픔
올 가을 다이빙 캐치 호수비로 극복
나와의 약속…끝까지 밀어붙인다
이 험한 세상에서 사람 구실하고 살아가려면 ‘자기만의 칼’이 필요합니다. 그 칼 안에서 사람은 온전히 안전할 수 있습니다.
두산 정수빈은 어렸을 때부터 작았습니다. 반에서 가장 작았지만 운동신경은 남달랐습니다. 하고자하는 의지도 있었습니다. 잠시긴 했지만 동시에 두 군데의 초등학교를 다녔습니다. 다니던 초등학교에 야구부가 없었는데, 이웃한 신곡초에서 야구부원을 모집하러 온 것입니다. 곧장 테스트를 받았고, 합격했습니다. 원래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난 뒤 신곡초로 넘어가 훈련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반대했던 부모님도 그 정성을 이기지 못해 전학을 허락했습니다.
유신고 3학년 때 정수빈은 두산의 2차 5순위 지명을 받았습니다. 학교 선생님, 부모님은 모두 대학진학을 권했습니다. “그 정도 순위로 입단해봤자 구단에서 관심도 안 기울일 테니 대학에서 내공을 쌓자”는 이유였죠. 그러나 정수빈은 달랐습니다. 프로선수들처럼 할 수 있을 것 같으니 빨리 겨뤄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2009년 두산에 입단했고, 신인 중 유일하게 미야자키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뒤 개막 엔트리에도 들었습니다.
정수빈의 ‘칼’은 빠른 발과 강한 어깨, 야구센스입니다. 게다가 롤모델 이종욱이 바로 곁에서 뛰고 있다는 것도 축복이었죠. 올해 LG와의 플레이오프(PO) 3차전에서 보여준 다이빙 캐치는 이 모든 요소들의 결합이었습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있는데, 바로 2009년 SK와의 PO 3차전의 수비 실수입니다. 연장 10회 타구가 라이트에 들어간 탓에 놓쳐버렸고, 그 실수로 두산은 2연승 뒤 3연패로 탈락했죠. 실수한 생각이 일주일간 머릿속에 달라붙어서 떨어지질 않았습니다. “나중에 반드시 갚겠다”는 생각으로 버텼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말할 수 있습니다. “2009년의 실수 덕에 2013년의 호수비가 있었다”고.
지난해에는 공에 얼굴을 맞고 쓰러지는 바람에 가을잔치에 나서질 못했습니다. 사람들은 아직도 그 후유증을 걱정하는 것 같은데, 정수빈은 오히려 “눈을 안 맞아서 다행”이라고 답합니다.
두산 유니폼을 입은 덕분에 데뷔 후 5년 동안 3차례나 가을야구를 경험합니다. 올해는 한국시리즈까지 오른 데다 주전급으로 뛰고 있으니 책임감이 남다릅니다. 믿음을 받은 만큼 더 해야겠다는 의욕도 샘솟습니다. 프로에 입단해 이것만은 꼭 해보자고 스스로와 약속한 것이 3할 타율, 골든글러브, 우승입니다. 이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는 시간이 답을 주겠죠. 그러나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에서만큼은 결코 타협하지 않는 고집쟁이가 될 것입니다.
대구|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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