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쿠팡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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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 장은지 기자] ‘너는 학생이고, 나는 선생이야’라는 고전적 클리셰는 이렇게 다시 쓰여져야 할 듯 싶다. “나는 작가고, 너는 내 주인공이야.”

쿠팡플레이 ‘로맨스의 절댓값’은 교사를 소재로 BL(보이 러브) 로맨스를 쓰는 여고생의 이중생활을 그린 신개념 하이틴 로맨스 코미디다. 사제 간 케미스트리가 극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이긴 하지만, 거기엔 금기나 사랑이 틈입할 자리는 없다.

로맨스가 빠진 자리를 가득 메우는 건 다름 아닌 소녀의 ‘망상’, 그 망상을 끌어올리는 이들이 ‘교무실 F4’로 통하는 4명의 남성 교사다. 

자칫 자극적일 수 있는 사제간 로맨스나 BL 소재는 여고생 의주(김향기)란 ‘전지적 작가시점’을 통과하며 유쾌하게 희석되고, 이로서 소설 속 세계의 돌출된 장면들 또한 개연성과 설득력을 얻는다. 분리된 현실과 판타지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시청자를 몰입시키는 것은 온전히 배우의 자력 덕분이기도 하다.

‘쌍천만 배우’ 김향기가 의주로 첫 코미디 연기를, ‘교무실 F4’의 큰 축을 맡은 차학연은 데뷔 후 2번째로 BL 연기에 도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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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학연은 사실 지독한 ‘연습론자’다. 극 중 수학 선생 가우수 역을 맡은 그는 완벽한 판서를 위해 방 안에 칠판을 설치하고, IQ 156이라는 높은 지능을 가진 캐릭터의 냉철한 모습을 위해 그의 둥그런 말투를 모나게 깎아냈다.

이번 작품에서는 망가지는 것에 대한 ‘리미트’ 역시 풀어뒀다. 느끼한 헤어피스와 빨간 가죽 재킷을 착용하는가 하면, 고대 수학자인 피타고라스 분장까지 감행했다. 여고생의 펜 끝에서 탄생한 엉뚱하고도 치명적인 페르소나를 덧입고는 지금껏 본적 없는 미지로, 차학연의 지름을 한 뼘 더 넓혀놨다. 


“BL 소설의 서브 남주 시온을 연기하며 해방감 느꼈죠.”

‘로맨스의 절댓값’에서 차학연은 현실에서는 수학 선생 가우수, 의주의 소설 속에서는 서브 남주 시온으로 ‘1인 2역’을 소화했다. 앞서 ‘이웃집 킬러’에서도 BL 연기에 도전했던 그는 전작과 이번 작품은 염연히 결이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BL 코드가 심겨 있긴 하지만 ‘청춘 성장물’에 방점이 찍힌 작품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BL 소재라고 해서 특별하게 ‘다른’ 연기를 하진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똑같은 사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르게 해석하거나 표현하지는 않았다”는 소신을 전했다.

이번 작품을 촬영하면서 어느 때보다 많이 웃었다고도 돌이켰다. “무엇보다 향기 배우의 코믹 연기가 저를 가장 많이 웃게했죠. 향기 씨에게 코믹 장르가 처음이었는데 정말 다양한 표정을 준비해왔어요. (우수의 냉정함을 유지하면서) 리액션하기가 어려웠죠.”

김향기의 공으로 돌렸지만 그 역시 코믹에 지분율이 크다. “차학연이 왜 이렇게 무리하냐?”는 온라인 커뮤니티 반응이 그 근거다. 가우수와 시온이라는 두 인물의 낙차를 확실히 보여주기 위해 시온의 파격적인 패션에도 특히 신경을 썼다. 매 신마다 스타일리스트와 40~50벌의 의상을 피팅하면서 준비했다고 했다.

시온을 연기하면서는 묘한 해방감도 느꼈다고 고백했다. “시온을 연기할 땐 특히 즉흥적인 현장감에 많이 의지했기 때문에 거의 (연기) 준비를 안 해갔거든요. 준비가 부족하면 불안하기 마련인데 시온을 연기하러 가는 길엔 묘한 설렘이 있었죠. 오늘은 얼마나 더 날뛸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라고나 할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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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호 형이 찔러서 나올 때까지 외우라고 했죠.”

차가운 지성미를 지닌 수학 교사 가우수가 되기 위한 과정은 집념에 가까웠다. 그는 ‘일타 스캔들’에서 수학 강사를 연기했던 선배 연기자 정경호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에게서 ‘이해하려 하지 말고 그냥 툭 찌르면 술술 나올 때까지 외우라’라는 명쾌한 해답을 얻었다고 했다.

수학 천재다운 빠른 판서와 속도감을 구현해내는 것 또한 숙제였다. 그는 집 안의 연기 공부방을 교실처럼 꾸미고 벽에 칠판을 설치해 판서 연습을 하며 대사를 외웠다.

“학생이 앞에 있을 때 제 호흡을 체크하고 싶었거든요. 조카를 앉혀두고 연습한 적도 있는데, 고등수학이라 초등학생 조카가 많이 힘들어했던 것 같아요.(웃음)”

아이돌 그룹 빅스의 멤버로 연예계에 첫발을 딛은 차학연은 어느덧 데뷔 14주년을 맞았다. 같은 그룹 동료 이재환(켄)과 정택운(레오) 역시 뮤지컬 배우로 활발히 활동하며 그와 연기 고민을 나눈다.

차기작 ‘골드디거’를 통해 배우 차학연으로 정진함과 아울러, 빅스의 엔으로 곧 무대에 설 것을 예고하기도 했다.

“빅스 결성 14주년이라 최근 멤버들을 만났죠, 재미있는 일을 꾸미고 있으니 기대해 주세요.”


장은지 기자 eun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