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전은 대표팀 GK 경쟁 본격 신호탄

입력 2013-11-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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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이 FIFA 랭킹 7위 스위스와 7년만의 리턴매치를 가졌다. 한국 김승규가 스위스 하리스 세페로비치의 슛팅을 막아내고 있다. 상암|김종원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예상대로였다.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국가대표팀 홍명보호와 스위스의 평가전에 나선 주전 수문장은 김승규(23·울산 현대)였다.

2010남아공월드컵을 기점으로 지금껏 대표팀 골문을 지켜온 터줏대감은 정성룡(28·수원 삼성)이었다. 하지만 최근 페이스가 뚝 떨어졌다. K리그 클래식(1부 리그)에서 어이없는 실수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처한 소속팀에 더욱 큰 고민을 안겼다.

현 시점에서 김승규와 정성룡의 위치는 극명히 대조적이었다. 김승규는 올 시즌 K리그 29경기에서 23골(경기당 0.79실점)만 내줘 울산의 단독 선두 행진을 진두지휘했고, 정성룡은 31경기에 출격, 37골(경기당 1.19실점)을 허용했다. 대표팀 붙박이 주전으로 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었다.

이는 홍명보 감독에게도 가장 큰 딜레마 중 하나가 됐다. 경기 전날(14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홍 감독은 “정성룡은 경험이 많아 수비진에 안정을 준다. 대표팀에 가장 중요한 선수 중 하나다. 외부 시선에 신경 쓰지 않았으면 한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정성룡에게 슬럼프가 찾아왔다는 사실만은 부정하지 않았다.

“선수는 분명 나쁠 때가 오고, 그 상황을 벗어나는 게 쉽지 않다.”

결국 홍 감독은 결단을 내렸다. 김승규를 선발로 내세웠다. 3번째 A매치 출격 찬스. 주전으로 낙점된 김승규가 킥오프를 앞두고 대표팀 김봉수 GK코치와 볼을 주고받으며 몸을 풀 때 정성룡은 골문 옆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후배 이범영(24·부산 아이파크)과 따로 별도의 트레이닝을 진행해야 했다.

실전에서 김승규의 플레이도 나쁘지 않았다. 이른 시간 스위스에 먼저 실점했으나 상대의 첫 번째 슛 찬스였다는 걸 제외하면 이는 중앙 미드필더(장현수)와 오른쪽 풀백(이용)의 실책에서 비롯된 골키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후 김승규는 특유의 동물적인 감각으로 한국 골문을 든든하게 지켰다. 골 키핑도 안정됐고, 골킥의 정확성, 세기도 좋았다. 특히 전반 22분 상대 골게터 하리스와 단독으로 맞섰을 때 침착하게 방어한 장면은 압권.

물론 김승규가 당장 주전이라고 할 수 없다. 내년 브라질월드컵 본선까지 남은 여러 차례 A매치 가운데 한 경기를 김승규가 뛰었을 뿐이다. 실력으로 과거 3년 동안 주전 골키퍼로 뛰었던 정성룡이다. 그간 이렇다할 경쟁자가 없었다는 건 정성룡의 잘못이 아니다. 그간의 공헌도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다만 대표팀 수문장을 놓고 모처럼의 경쟁이 시작됐음은 자명하다. 울산에서 베테랑 골키퍼 김영광(30)을 밀어냈듯 오랜만에 찾아온 기회를 확실히 차지하려 할 김승규도, 후배의 선전을 통해 자극을 받았을 정성룡에게도 이날 스위스 평가전은 큰 소득이었다. 분명 한국 축구에 긍정적인 현상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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