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커] 거포 안 부럽다…1·2번타자 전성시대

입력 2013-11-18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70억원의 정근우, 50억원의 이종욱, 30억원의 손시헌(왼쪽 사진부터)까지 발 빠른 테이블 세터와 견고한 수비의 센터라인이 각광을 받았다. 2014 FA 시장에선 그동안 주인공이었던 거포가 아닌 빠르고 수비가 뛰어난 선수들이 ‘장외홈런’을 날렸다. 스포츠동아DB

■ 2014 FA 시장의 명과 암

정근우·이용규 품은 한화 최고 테이블세터진 구축
NC는 젊은 선수들 이끌 형님 이종욱·손시헌 영입
발빠른 좌타 외야진 완성…내야 수비 약점도 보완

시장 성장했지만 우선협상 등 규약은 재검토 필요


과거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의 주인공은 화끈한 홈런타자였다. ‘홈런왕은 캐딜락을 타고 타격왕은 포드를 탄다’는 미국야구의 격언 그대로였다. 그러나 한국프로야구의 2014 FA 시장에선 센터라인과 발 빠른 테이블세터가 대세였다.


● 단숨에 리그 최고 테이블세터진 구축한 한화

한화는 원 소속구단 우선협상기간이 끝난 17일 0시 곧장 2루수 정근우(전 SK)와 외야수 이용규(전 KIA)를 만나 계약을 이끌어냈다. 정근우는 4년 총액 70억원, 이용규는 4년 총액 67억원이다. 정근우와 이용규는 각기 시즌 최다 홈런이 9개, 5개로 전형적인 교타자다. 그 대신 3할 타율에 30도루 이상, 70득점 이상이 가능한 국내 정상급 리드오프다. 2012년까지 역대 최대였던 삼성과 심정수의 2005년 60억원 FA 계약을 나란히 넘어섰고, 이번에 4년간 총액 ‘75억원+알파(α)’에 사인한 강민호(롯데)와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 대형계약이다. 강민호에게는 ‘역대 최초 20대 포수 FA’라는 프리미엄이 있었다.


● FA 시장의 숨은 승자 NC

NC는 ‘젊은 선수들이 존경할 수 있는 선수를 원한다’는 당초 계획 그대로를 실천했다. 한화와 마찬가지로 17일 0시 이후 이종욱을 만났고, 같은 날 오전 손시헌과도 계약을 끝냈다. 이종욱과 손시헌은 같은 만 33세로 나이가 유일하게 걸림돌이 될 수 있는 FA였다. 그러나 보상선수가 필요 없는 NC는 성실한 성격과 리더십에만 주목할 수 있었다. 조건도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이종욱은 4년 총액 50억원, 손시헌은 4년 총액 30억원이다. 역대 33세 이상 FA 계약으로는 이종욱이 1위, 손시헌이 2위다. 이로써 NC는 이종욱과 더불어 2013년 도루왕 김종호, 호타준족 나성범으로 리그 최상의 발 빠른 좌타 외야라인을 구축하게 됐다. 또 수비만큼은 여전히 국가대표급인 손시헌이 팀의 가장 큰 약점인 내야진을 리드할 수 있게 됐다.


● 하나 같이 17일 새벽…, 고개 드는 우선협상 무용론

이번 FA 시장에 쏟아진 돈은 17일까지 488억5000만원에 이른다. 지금까지 역대 최고였던 2011년의 261억원과 비교해도 200억원을 훨씬 더 웃돈다.

FA 시장에서 스타들이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것은 한국프로야구가 프로스포츠로서 더 크게 성장하고 있다는 지표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한화가 투자한 막대한 금액은 류현진(LA 다저스)의 이적료에서 기인한 것으로 긍정적인 선순환 구조를 보여준다.

그러나 주요 외부 FA 계약이 17일 이른 오전 결정됐다. 모 구단 고위 관계자는 “많게는 10년을 함께한 팀과 1주일 이상 고민했던 선수가 단 1∼2시간 만에, 그것도 새벽에 도장을 찍었다는 것은 정말 코미디 같다”며 허탈해했다. 유명무실해진 원 소속구단과의 우선협상기간을 유지해야 하는지, 또 선수마다 차별화된 보상규정은 필요 없는지 등 많은 부분에서 FA 규약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