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 사커에세이] 원대한 비전 선포한 축구협회 선후와 강약 있는 실천 따르길

입력 2013-11-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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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이나 선포 등의 단어를 들을 때면 기대감으로 설렌다. 뭔가 새로운 걸 만들어보겠다는 의지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와는 다른 도전을 하겠다는 도약의 첫걸음이기도 하다. 현재에 안주하면 발전이 없는 게 아니라 망한다. 비록 실패하더라도 부닥쳐보는 건 모두의 책무다. 꿈틀거린다는 건 곧 희망이다. 그래서 발전적인 방향과 실행방안을 내놓는 선포나 비전이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하지만 그 내용이 너무 추상적이면 곤란하다.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뜬구름 잡듯 현학적인 용어로 포장만한다면 이는 상대를 현혹시킬 뿐이다. 결과는 실망이나 분노로 나타난다. 역사의 평가는 결국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에 따라 갈린다.

올해로 창립 80주년을 맞은 대한축구협회는 22일 큰 그림을 내놓았다. 창립 100주년이 되는 2033년까지 내달릴 발전방안을 온 국민들에게 선포한 것이다. ‘꿈꾸고, 즐기고, 나누며(Dream, Enjoy, Share)’라는 3대 핵심 가치를 공개했다. ‘축구 그 이상을 위해’라는 슬로건도 내걸었다.

축구가 축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그 이상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한다. 아울러 경쟁력 강화, 인재 육성, 열린 행정 구현, 축구산업 확대, 새로운 문화 조성 등 5대 추진 목표를 밝혔다.

축구협회의 설명에 따르면 ‘꿈꾸고’는 최고 수준의 경기력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위 안에 들고, 나아가 아시아 국가 최초로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포부다. ‘즐기고’는 모두가 즐기는 ‘과정의 축구’로 변화를 선도하고, ‘나누며’는 축구의 가치를 사회에 전파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다. 이 같은 가치가 이뤄진다면 누구나 인정하는 축구선진국이 될 수 있다. 축구인, 아니 온 국민이 기대하는 이상적인 방향이다.

이 중 우선순위는 ‘꿈꾸고’다. 그동안 한국축구는 월드컵 4강과 월드컵 8회 연속 진출, 올림픽 동메달, U-17여자월드컵 우승 등 화려한 성적을 올렸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축구 강국이라는 평가를 듣기엔 부족하다. 그래서 더 발전해야한다. 성적을 올려야한다. 무슨 일을 하려 해도 성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 경기력을 끌어올려야 더 큰 꿈을 꿀 수 있다. 꿈만 같은 월드컵 우승이라면 금상첨화다.

축구협회의 5대 추진 목표는 하루아침에 이룰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금부터 첫발을 내딛는다는 심정으로 똘똘 뭉치고 노력한다면 전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다만 주문하고 싶은 건 일에는 선후가 있고, 강약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모든 걸 한꺼번에 이룰 수 없다면 비중에 차이를 둘 필요가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육성’에 더 많은 지원을 했으면 한다. 지도자, 심판, 유소년 등 사람을 육성하는 시스템을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정립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런 인적 구성원을 제대로 키운다면 축구협회가 목표로 내건 축구산업 확대나 축구문화 정착도 결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축구협회는 이날 축구 그 이상을 꿈꾸면서 많은 것을 쏟아냈다. 그들의 희망찬 몸부림에 박수를 보낸다. 이제 남은 건 실천이다. 치밀한 계획으로 차근차근 밟아나가 명실상부 축구 선진국으로 발돋움했으면 한다.

스포츠 2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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