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 각본에 없는 골 쐈다

입력 2013-11-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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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 스포츠동아DB

■ 맨유전 헤딩골 비밀

신장 열세 불구 탁월한 위치 선정
맨유 장신 수비 뚫고 천금 헤딩골
맥카이 “김보경 헤딩슛 처음 봤다”


김보경(카디프시티)은 25일(한국시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프리미어리그 12라운드 홈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헤딩 동점골을 기록했다. 김보경의 EPL 진출 첫 골. 그런데 김보경의 헤딩골은 본래 팀의 ‘득점 플랜’에 없던 장면이었다. 골이 터진 세트피스(프리킥) 상황에서 그는 상대 골문 한복판이 아닌 다른 위치에 머물러야 했다. 벤치 사인이 잘못 전달된 것인지, 득점에 대한 선수의 열망 때문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어쨌든 헤딩이 터졌다. 김보경의 골을 프리킥으로 배달한 피터 위팅엄은 웨일즈 온라인과 인터뷰에서 “쇼킹했다. 통상 김보경은 문전 정면이 아닌 페널티지역 외곽에 있어야 했는데 놀랍게도 그 자리(득점 지역)에 그가 있었다”고 밝혔다.


● 김보경 헤딩의 비밀은?

김보경은 제공권에 강한 편이 아니다. 측면부터 중앙까지 소화하는 ‘멀티 플레이어’ 자원이다. 신장 178cm로 장신들이 즐비한 프리미어리그에서 머리로 장기를 발휘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대표팀 A매치에서 3골을 터뜨린 동안 헤딩골은 한 번도 없다.

헤딩골 빈도가 상대적으로 많은 세트피스에서 김보경을 외곽으로 돌리는 것은 당연하다. 상대 수비진을 헤집으며 공간을 확보하고, 리바운드로 이어질 볼을 처리하는 역할이 훨씬 어울린다. 카디프시티에서도 그랬다. 하지만 김보경은 전혀 다른 상황을 만들었다. 오히려 상대의 허를 찔렀다. 위팅엄이 프리킥을 띄워주기도 전부터 김보경은 아예 맨유 진영에 머물렀고, 정확한 위치 선정으로 헤딩골을 터뜨렸다.

마지막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수비에 가세한 맨유 공격수 웨인 루니와 장신(195cm) 수비수 리오 퍼디낸드가 있었지만 자신들의 사이에서 껑충 뛰어오른 김보경을 도저히 막지 못했다. 후반 교체 투입된 김보경이 단신인데다 세트피스 메이커가 아니라는 걸 사전 인지하고 있던 맨유 수비진은 별다른 견제 없이 김보경이 자유롭게 침투하도록 내버려뒀던 것이다.

카디프시티 말키 맥카이 감독도 제자의 예상 밖 활약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시즌까지 붙박이 에이스로 활약한 김보경은 최근 팀 내 입지 변화로 주로 교체 투입됐다.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맥카이 감독은 “김보경이 헤딩으로 골 넣는 건 처음 봤다. 팀 훈련에서도 좀처럼 헤딩슛을 시도하지도 않았다”며 유쾌한 웃음을 보였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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