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인사이드] 호세 페르난데스도 토미존 수술…강속구 투수의 숙명?

입력 2014-05-16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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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애미 말린스 호세 페르난데스. 동아닷컴DB

올 시즌만 벌써 18명째 토미존 수술
구속 욕심 클수록 부상 위험 ↑ 경고
수술 받은 179명 중 148명 ML 복귀

강속구 투수의 숙명일까. 팔꿈치 인대를 접합하는 ‘토미존 수술(Tommy John Surgery)’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신인왕을 차지한 플로리다 말린스의 호세 페르난데스(22)가 수술대에 오른다. 올 스프링캠프 이후 토미존 수술을 받은 선수로는 AJ 그리핀, 재러드 파커(이상 오클랜드), 이반 노바(뉴욕 양키스), 조시 존슨, 코리 룹키(이상 샌디에이고), 브랜든 비키, 코리 기어린(이상 애틀랜타), 패트릭 코빈, 데이비드 에르난데스(이상 애리조나), 맷 무어(탬파베이), 보비 파넬(뉴욕 메츠), 브라이언 모란(LA 에인절스), 루크 호체바(캔자스시티), 브루스 론돈(다트로이트), 제임슨 테일러(피츠버그) 등으로 페르난데스는 벌써 18번째 환자가 됐다.

지난 9일 샌디에이고전에 선발 등판한 페르난데스는 투구 도중 팔꿈치에 통증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5이닝 5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된 페르난데스의 통증이 지속되자 말린스 구단은 12일 그를 부상자 명단에 올렸다.

지난 2000년부터 2011년까지 토미존 수술을 받은 선수는 연평균 15.8명이었다. 이제 시즌을 시작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수술대에 오른 19명과 거의 맞먹는 수치를 보이고 있다.

특히 페르난데스의 가세로 지난 시즌 최소 100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 중 가장 빠른 공을 던진 7명 가운데 3명이 토미존 수술 이력을 갖게 됐다. 워싱턴의 스티븐 스트라스버그는 이미 2010년 이 수술을 받았고, 뉴욕 메츠의 맷 하비도 지난해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다. 이들 외에도 시속 100마일(161km)에 가까운 강속구를 던지는 네프탈리 펠리스(텍사스), 조던 짐머맨(워싱턴), 브루스 론돈, 맷 무어 등도 이 수술을 경험했다.

앨라배마주 버밍엄에 위치한 아메리칸 스포츠 메디신 연구소의 글렌 플레이식 연구소장은 “모든 선수들에게 충고를 할 권한이 주어진다면 ‘절대 92마일(148km)을 넘는 빠른 공을 던지지 말라’고 할 것”이라며 “구속에 대한 욕심이 커질수록 부상의 위험은 그만큼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2년의 경우 투수들의 직구 평균구속은 90마일(145km)에 미치지 못했지만 2013년에는 91.7마일(148km)로 크게 늘었다.

무어와 하비의 토미존 수술을 담당했던 제임스 앤드루스 박사는 “직구보다 8∼9마일 정도 느린 체인지업을 던질 때 팔꿈치에 오히려 더 많은 무리가 간다”며 “최근에는 12∼15살에 불과한 청소년들도 토미존 수술을 받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 시즌에 100이닝 이상을 던질 경우 20세가 되기 전 수술대에 오른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팔꿈치 인대 부상은 주로 공을 어깨 위로 들어 올려 던지는 동작을 반복하는 투수에게 자주 발생한다. 팔꿈치 관절은 뼈와 인대, 근육 부착 부위에 강한 힘이 가해지거나 가동 범위 이상으로 비틀리는 움직임이 반복되면 손상된다. 반복적인 작은 부하로 관절에 스트레스가 누적되면 인대에 이상이 생기게 된다. 팔꿈치 인대를 다치면 극심한 통증 때문에 구속과 제구력이 떨어지고 상태가 심한 경우에는 토미존 수술이 필요하다.

이 수술은 1970년대 LA 다저스의 투수 토미 존이 최초로 받아 이름이 붙여졌다. 건강한 팔꿈치의 인대를 손상된 팔꿈치 인대에 이식시키는 내측측부인대 재건술로 반대쪽 팔 외에 손목인대, 허벅지, 또는 발바닥 부분의 힘줄을 이식하기도 한다.

1963년부터 1989년까지 27년간 메이저리거로 활약한 토미 존은 자신의 통산 288승 중 164승을 수술 후 기록했다. 한편 이 수술을 고안한 프랭크 조브 박사는 공로를 인정받아 2013년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뒤 지난 3월 세상을 떠났다.

초창기 80%대에 그쳤던 토미존 수술의 성공률은 최근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이 수술을 받은 179명 중 97.2%인 174명이 야구공을 다시 잡았다. 83%에 해당하는 148명은 다시 메이저리그로 복귀했으며 수술을 받은 후 마운드에 다시 오르기까지는 평균 20.5개월이 걸렸다.

토미존 수술은 재활 과정이 매우 힘들지만 오히려 인대는 강해져 구속이 부상 전보다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 류현진(LA 다저스)과 임창용(삼성), 오승환(한신)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 수술을 여러 차례 받는 경우도 빈번해지고 있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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