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더라”

입력 2014-05-19 06:4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SK 이만수 감독은 17일 대전 한화전에서 7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이 감독은 “결국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더라”며 연패 과정에서 인내하고 기다려야하는 감독의 숙명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스포츠동아DB

■ 이만수 감독의 연패탈출 소회

패배에 엄숙한 한국문화 바꾸고 싶지만
질책이나 간섭으로 쉽게 바뀌지 않는다

야구장 찾은 팬들이 연패에 욕설하기도
듣고 힘들어했을 며느리에게 미안하다

SK 이만수 감독은 18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훈련에 앞서 주장 박진만을 잠깐 불러 세웠다. 박진만은 오른 무릎을 다쳐 엔트리에 빠져있지만 팀과 같이 움직이고 있다. 주장으로서 팀 분위기를 챙기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이런 박진만에게 이 감독은 고마움을 표했다. 이 감독은 “어제는 우리 덕아웃이 연패 팀 같지 않았다. 고참들이 잘 나갈 때처럼 분위기를 만들어줘 연패를 끊을 줄 알았다”고 말했다. 17일 연장 12회 총력전 끝에 7연패에서 벗어난 이 감독은 “결국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더라”고 되뇌었다.


● “감독은 선수가 해줄 때까지 기다리는 자리”

이 감독은 “연패에 빠졌을 때면 늘 느끼는 것이지만 인내하고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잘하려는 마음이 앞서다보니 오히려 야구가 더 꼬이는 것이라 생각하니 질책하거나 간섭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도 억눌러야 했다. 자꾸 지면 분위기라도 좋아야 되는데 한국적 분위기에서 그러기도 힘들다. 이 감독은 “한국문화에서는 분위기 메이커가 나오기 힘든 게 현실”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위계질서가 엄격하고, 패배에 엄숙한 우리 정서에서 연패가 팀 분위기를 더 침체시키는 악순환이 된다고 보지만 쉽게 바꿀 수 없다는 것도 경험으로 알고 있다.


● “며느리에게 제일 미안했다”

연패 중 이 감독은 “팬들, 지인, 가족들에게 가장 미안했다”고 털어놨다. 감독으로서 패배의 고통이야 숙명처럼 짊어져야겠지만 애꿎은 가족들까지 아파할 때는 회의가 느껴진다. 시즌 개막 직전, 첫 아들의 결혼으로 보게 된 며느리에게 가장 미안함이 들었다.

“연패 중, 며느리가 아들과 함께 문학구장에 왔다. 그런데 야구장에서 한 여학생 팬이 나를 욕하고 비난하는 소리를 들었나보다. 며느리가 그때 엄청 놀라 얼굴이 하얘졌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이런 비판을 만회할 수 있는 유일하고 확실한 길은 이기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가까스로 연패는 끊었어도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이 감독은 잘 알고 있었다.

대전|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