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신인투수 조영우. 마산|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
11일 광주 KIA전에서 2-9로 크게 뒤진 8회말 등판해 1이닝을 탈삼진 1개 포함 삼자범퇴로 처리했다. 프로 데뷔전에서 투구수 12개로 1이닝을 깔끔하게 막아냈다. 그리고 다음날인 12일 광주 KIA전에서는 중요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8-10으로 뒤진 6회말 1사후 등판해 첫 타자 김민우에게 2루타를 맞았지만 이성우와 강한울을 각각 포수 파울플라이와 2루수 땅볼로 잡아내며 이닝을 끝냈다. 7회말 선두타자 김주찬을 볼넷으로 내보내 박정진과 교체됐지만, 2경기에 등판해 1.2이닝 1안타 1볼넷 1삼진 무실점을 기록 중이다.
김응룡 감독은 13일 마산 NC전을 앞두고 기자들이 조영우에 대해 묻자 “괜찮네”라며 미소를 지었다. 아직 두고 봐야겠지만 신인답지 않게 배짱 있는 투구를 했기 때문이다. 마운드가 약한 상황에서 고졸 신인투수가 기대 이상으로 피칭을 하니 눈이 번쩍 뜨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조영우가 눈길을 끄는 것은 또 하나 있다. 투구시 모자가 벗겨지는 장면이다. 실제로 김응룡 감독이 경기 도중 덕아웃에 그를 불러 뭔가를 얘기하는 모습이 TV 화면에 비쳐지기도 했다. 김 감독은 “TV에 그런 것도 잡혔나”라며 짐짓 놀란 표정을 짓더니 “모자가 헐렁헐렁한지 봤다. ‘미리 깎고 모자 깊이 눌러 써라. 던지는 데 신경을 써야하는데 모자 떨어지는 것에 신경 쓰면 되겠나”라고 얘기했던 것이다“며 웃었다. 넥센 조상우도 프로 첫해인 지난해에는 투구시 모자가 자주 떨어지곤 했다. 모자가 벗겨진다는 것은 공을 던질 때 머리가 흔들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컨트롤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런데 올해는 그런 모습이 사라지면서 컨트롤이 부쩍 향상됐다. 김응룡 감독도 이에 대해 조언을 해준 것이었다.
조영우는 “모자가 벗겨지는 것은 고등학교 때부터 그랬다. 2군에서도 지적을 받고 신경을 쓰는 데 잘 안 고쳐진다”며 겸연쩍게 웃었다. 그러면서 “감독님이 처음에 부르실 땐 그냥 무서웠다”고 말해 취재진의 폭소를 유발했다.
낯선 1군 무대지만 요즘 하루하루가 즐거울 수밖에 없다. 그는 “솔직히 올해는 1군에 데뷔할 줄 몰랐다. 그런데 데뷔전에서도 이상하게 떨리지 않았다. 제구에 신경 써서 낮게 던지자는 생각만 하고 던지고 있다. 고등학교 때는 세게만 던지려고 했는데, 프로에 입단해 2군에서 완급조절에 대해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조영우는 나이는 어리지만 삶의 궤적은 파란만장한(?)하다. 광주 출신인 그는 송정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의 배재중으로 진학했고, 고등학교는 제주고를 나왔다. 그리고 프로는 대전을 연고로 하는 한화에 입단했다. 제주고 3학년 때인 지난해 20경기에 출장해 타율 0.467(75타수 35안타)을 기록하면서 고교 최고 타자에게 주어지는 ‘이영민 타격상’을 받기도 했다. 투수는 물론 타격에도 소질이 있었지만, 한화 입단 후 진로를 투수로 정하고 그동안 2군에서 투수수업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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