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코리 리오단이 26일 잠실 NC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리오단은 통산 120번째 무4사구 완봉승으로 팀의 4-0 승리를 이끌었다. 잠실|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NC전 9이닝 무4사구 4K 무실점 쾌투
찰리·배영수에 이어 사흘 연속 완투쇼
한국프로야구에 타고투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올 시즌 각 팀의 중심타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외국인 타자가 들어오면서 동반 상승작용을 불러왔다. 이로 인해 핸드볼 스코어 경기가 속출했고, 팀 방어율이 6점대에 육박하는 구단도 등장했다.
그러나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연속으로 타고투저 현상에 경종을 울리는 ‘강한’ 투수들이 등장했다. 24일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NC 찰리 쉬렉, 25일 자신의 통산 120승을 완투승으로 장식한 삼성 배영수, 26일 한국에 온 뒤 첫 완봉으로 팀 연패를 탈출하게 한 LG 코리 리오단이 그 주인공들이다.
찰리는 24일 잠실 LG전에서 14년 만에 노히트노런을 기록했다. 볼넷을 3개만 내줬을 뿐 무안타·무실점으로 LG 선수들의 손발을 꽁꽁 묶었다. 역대 11번째 노히트노런이자 시즌 2번째 완봉승이었다. KIA 임준섭이 시즌 첫 완봉승을 거뒀지만 6회 강우콜드게임이었기 때문에 정규이닝(9이닝) 완봉승은 찰리가 처음이었다.
배영수도 하루 뒤인 25일 대구 넥센전에서 9이닝 5안타(2홈런) 2볼넷 7삼진 3실점으로 개인통산 120승을 완투승으로 올렸다. 그동안 호투하고도 불펜들의 ‘불쇼’로 번번이 승리를 놓쳤지만 이날 스스로 경기를 오롯이 책임지며 승리투수가 됐다. 개인적으로 2005년 4월 2일 대구 롯데전 완봉승 이후 9년 만의 완투승이었다.
그리고 26일 리오단 역시 잠실에서 NC를 상대로 9이닝 4안타 무4사구 4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투를 펼쳤다. 개인 4승(6패)을 9이닝 완봉승(시즌 2호)으로 장식했다. 투구수는 111개. 팀의 연패를 끊는 호투여서 의미가 있었다.
사실 5월까지만 해도 완투·완봉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완투승만 2차례(두산 더스틴 니퍼트, 삼성 릭 밴덴헐크) 나왔을 뿐, 완봉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찰리가 노히트노런을 작성하기 전까지는 정규이닝 완봉도 없었다. KIA 선동열 감독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노히트노런이라는 대기록이 달성되기 위해서는 완투, 완봉부터 나와야한다. 선발투수가 경기를 끝까지 던진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지만 그걸 해본 투수만이 대기록에 도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투수들은 무시무시한 타력 앞에서 무기력하게 물러섰다. 현장 감독들은 “타고투저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투수들이 강해져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타자들의 발전 속도에 비해 투수들의 성장속도가 더디다는 증거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제구를 가다듬고, 강한 타자들과 싸우는 방법을 체득해야 한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극심한 타고투저 속에 찰리, 배영수, 리오단이 3일 연속 완투와 완봉을 이어간 것은 사막 속의 오아시스처럼 청량감을 선사했다. 이들의 완투·완봉 바람이 다른 투수들에게도 자신감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잠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