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영통신원의 네버엔딩스토리] 호세 알투베, 실력 하나로 ‘최고 2루수’ 오른 작은거인

입력 2014-07-10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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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스턴 ‘호세 알투베’

뛰어난 타격불구 165cm 신장…더블A 오르는데만 3년
2011년 마이너리그 타율 0.389·24도루 후 ML입성
데뷔하자마자 7연속경기 안타·최단신 올스타 등 활약
올해 생애 두번째 올스타전 출전·MVP 후보로도 거론

“나의 사전에 불가능이란 단어는 없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1789년 프랑스대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혜성같이 나타나 불과 15년 만에 유럽 역사를 바꿨던 나폴레옹은 ‘땅꼬마’라고 불릴 정도로 작은 키의 대명사처럼 회자된 인물이다. 세상에는 나폴레옹처럼 키는 작지만 실제보다 커 보이는 ‘다부진 사람’이 많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2루수 호세 알투베(24)가 대표적인 선수다.


● 단신의 설움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에 나오는 프로필보다 1인치가 작은 5피트 5인치(165cm)가 알투베의 실제 키다. 1990년 5월 6일 베네수엘라 마라카이에서 태어난 그는 트라이아웃 캠프에서 키가 너무 작다는 이유로 실력 발휘도 못하고 일찌감치 쫓겨나는 설움을 맛봤다. 고향 마라카이에서 열린 겨울리그 도중 알투베는 클럽하우스로 향하다가 경비원으로부터 출입 거절을 당했다는 일화도 있다. “네가 야구 선수라는 게 말이 안 된다. 나도 너만한 체격의 여덟 살짜리 아들이 있다”는 경비원의 말에 설움을 곱씹었던 그였다.

2012년 5월 2일에는 진기한 장면이 연출됐다. 상대팀 뉴욕 메츠가 구원투수로 존 라우시를 마운드에 올려 알투베와의 대결이 성사됐다. 키 211cm의 라우시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장신 선수로 알투베와의 키 차이가 무려 46cm나 났다.


● 마이너리그 스타

알투베는 2007년 베네수엘라 여름리그에서 0.343의 높은 타율을 기록해 미국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2008년부터 루키 클래스인 애팔래치안리그에서 뛴 그는 이듬해 40경기에서 타율 0.321, 21도루로 올스타에 뽑혔고, 팀 MVP(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성적을 올려도 고속 승진은 그에게 해당되지 않는 일이었다. 더블A에 오르기까지 3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2011년 타율 0.389, 24도루, 26볼넷으로 활약하자 ‘베이스볼 아메리카’가 선정한 마이너리그 올스타에 이름을 올렸다. 그해 마이너리그 올스타전인 퓨처스게임에 출전한 직후 희소식이 전해졌다. 마침내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 준비된 메이저리거

오랜 기간 마이너리그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은 알투베는 힘겹게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데뷔 후 7연속경기 안타를 쳐 러스 존슨이 보유하고 있던 구단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메이저리그 첫 홈런은 8월 21일 장내홈런(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으로 장식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서 1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매디슨 범가너의 2구째를 공략해 중견수 키를 넘기는 타구를 날려 홈까지 파고든 것. 애스트로 구단 역사상 생애 첫 홈런을 장내홈런으로 기록한 것은 1992년 부치 헨리 이후 처음이었다. 또한 선두타자 장내홈런은 1987년 빌 도란 이후 24년 만에 나온 진기록이었다. 알투베는 2011년 56승106패로 승률 최하위를 기록한 애스트로스의 유일한 희망으로 떠올랐다.


● 최단신 올스타

팀의 붙박이 1번타자 자리를 꿰찬 알투베는 애스트로스를 대표해 2012년 올스타전에 나서는 영예를 안았다. 빅리그에 오른 지 1년 만에 이룬 쾌거였다. 7월 11일 카프먼스타디움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 알투베는 8회초 댄 어글라의 대타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비록 2루수 앞 땅볼로 물러났지만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감격을 맛봤다. 그리고 7일 발표된 올해 올스타전 명단에 그의 이름이 다시 포함됐다. 알투베는 감독 추천선수(리저브)로 생애 두 번째 올스타전 무대에 서게 됐다.

작은 키는 더 이상 그에게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 비록 팀 성적은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2012년 145경기, 2013년 152경기에 출전하며 애스트로스의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했다.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을 받던 그에게 애스트로스 구단이 2013년 7월 장기계약을 제시했다. 4년 1250만 달러를 기본으로 2018년에는 600만 달러, 2019년에는 650만 달러에 구단 옵션이 행사할 수 있어 최대 6년간 2500만 달러를 받는 조건이었다.


● MVP 후보

장기계약 체결로 간절히 원하던 ‘아메리칸 드림’을 이뤄냈지만 그의 일상생활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크레이그 비지오처럼 애스트로스의 진정한 프랜차이즈 스타가 되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더욱 더 훈련에 몰입했다. 현재까지 알투베의 성적은 MVP를 차지하기에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 9일 현재 타율 0.341로 아메리칸리그 1위이자, 트로이 툴로위츠키(콜로라도 로키스)에 이어 메이저리그 전체 2위를 질주하고 있다. 전공인 도루도 벌써 41개를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전체 1위인 LA 다저스 디 고든(42개)을 1개차로 추격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점은 도루에 실패한 것이 3차례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든은 9차례 도루실패를 기록했고, 현역 선수 중 가장 발이 빠르다는 빌리 해밀턴(신시내티 레즈)은 37도루 성공에 12개의 도루실패를 기록하고 있다. 6월 30일 알투베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전에서 4연속경기 2도루를 성공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이는 1917년 레이 채프먼이 수립한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으로, 도루왕 리키 핸더슨도 달성하지 못한 진기록이다.

알투베는 어린 시절 베네수엘라 출신 명유격수 오마르 비스켈을 보며 메이저리거의 꿈을 꾸었다. 그가 가장 존경하는 선수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2루수 더스틴 페드로이아. 페드로이아 역시 173cm의 단신이지만 월드시리즈 우승 2차례, MVP 1차례, 골드글러브 3차례를 차지한 슈퍼스타다.

“내 체격이 아니라 어떻게 플레이하는지를 보고 공정하게 평가해 달라”고 호소했던 어린 소년 알투베가 이제는 페드로이아와 어깨를 견주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2루수로 성장했다. 나폴레옹처럼 그의 사전에도 불가능이란 단어는 없는 게 확실하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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