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론 엄살, 속마음은 우승 “하면 이겨야 한다”

입력 2014-07-18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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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선수들이 출전하는 KOVO컵은 아기자기한 배구와 새얼굴의 등장으로 팬들의 인기가 높다. 2013 안산·우리카드컵 프로배구대회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MVP에 오른 현대캐피탈 송준호(오른쪽)가 2013∼2014 V리그 우리카드와의 홈개막전에서 상대의 3인블로커(루니∼박진우∼김정환) 사이를 뚫고 강타를 날리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하> 남자부 전력분석·감독 출사표

“선수가 없다. 그러나 하면 이겨야 한다.”

겉으론 엄살을 떨지만 가슴 속 깊은 곳에선 칼을 갈고 있다. 9일간 벌어지는 한여름의 배구잔치. 19일 휘슬을 울리는 2014 안산 우리카드컵 프로배구 남자부 7개 구단 감독들의 결의는 초복 더위보다 뜨거웠다. 7개 팀 중 누가 우승컵에 입을 맞출까.


● A조
삼성화재, 박철우 대신할 김명진 활약 변수
현대캐피탈, 2년차 김재훈 레프트로 준비
우리카드, 신영석·안준찬 군입대 전력공백

● B조
LIG, 수비와 연결에 방점 찍고 조직력으로
OK저축은행, 강영준·군제대 한상길에 기대
한국전력, 컨디션 좋은 주상용·권준형 주전


● 삼성화재(A조)

▲IN=곽동혁 김강선(이적) 이재목(군 전역) ▲OUT=최민국 목진영 구본탁(이상 임의탈퇴) 김강녕(군 입대)

선수가 없다고 모두가 우는 소리를 하는 가운데 그나마 여유 있는 팀이다. 이선규 이강주가 대표팀에서 돌아왔다. 라이트 박철우만 차출이다. 지난 시즌 영입한 류윤식의 활약여부가 관건이다. 신치용 감독은 “훈련을 조금 세게 하면 무릎이 아파서 걱정”이라고 말하지만 다른 팀들은 “류윤식이 좋아져 신 감독의 입이 귀에 걸렸다”고 했다.

신 감독은 “항상 하던 선수가 그대로 나온다. 변화가 없으니 약팀”이라고 했다. 지태환, 이선규가 센터 고준용이 레프트 유광우가 세터다. 한전에서 영입한 리베로 곽동혁의 가능성을 테스트할 기회다. 변수는 라이트다. 만일 대표팀이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11월 공익근무 요원으로 입대할 박철우를 대신해 2년차 김명진을 준비시키고 있다. 얼마나 역할을 해주느냐가 새로운 시즌 삼성화재의 변수다. “아파서 훈련을 많이 못했다”고 신 감독은 말했다. 과연 그 말은 엄살일까 진짜일까.

● 현대캐피탈(A조)

▲OUT=이철규(임의탈퇴)

지난해 송준호라는 새얼굴을 발굴하며 우승을 안았다. “목표가 또 우승이냐”고 묻자 김호철 감독은 “아이고”라고 대답했다. “선수가 없어 센터 한 명으로 훈련한다”며 손사래를 쳤다. 최민호가 국가대표팀에 차출됐다. 윤봉우는 무릎과 갈비뼈 골절로 많은 훈련을 하지 못했다. 문성민은 피로골절로 출전이 불가능하다. 시즌 출전 여부도 미지수다. 세터 최태웅은 독일에서 발목 수술을 받았다. 다가올 시즌도 불가능할 것으로 본다. 김 감독은 “모든 팀들이 다 대표선수 차출로 선수가 없지만 우리는 어린 애들을 가지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2년차 김재훈을 기대한다. 지난 시즌 원포인트 서버였지만 이번에는 레프트로 준비를 해왔다. 지난 대회 MVP 송준호는 라이트다. 두 달간의 훈련을 점검하고 시즌을 대비해 선수들의 포지션 적합 여부를 테스트하는 기회지만 “하면 이겨야 한다”고 김 감독은 말했다.


● 우리카드(A조)

▲OUT=신영석 안준찬(이상 군입대)

가장 답답한 팀이다. 선수도 없고 미래도 없다. 강만수 감독은 “알맹이가 빠져서 고민”이라고 했다. 팀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몰라 선수들의 의욕도 많이 사라졌다. 신영석과 안준찬의 입대로 전력공백이 크다.

한때 최고의 센터 팀이었지만 지금은 엔트리 짜기도 힘들 정도다. 박진우가 아파서 훈련을 제대로 못했다. 김시훈으로 버텨야 한다. 최홍석과 김정환이 공격을 전담해야 한다. “김정환도 대표팀에 다녀온 뒤 몸 상태가 나빠 억지로 시키고 있다. 레프트 한 자리는 신으뜸이 나간다”고 했다. 팀의 주인이 자주 바뀌다보니 장기 전략도 없어 선수들의 군 입대 로테이션에 문제가 생겼다. 훈련도 부족하고 아픈 선수도 많다. 강 감독이 그나마 위안으로 삼는 것은 조 편성이다. 3개 팀 가운데 2팀이 올라가는 A조다. “하나만 잡으면 된다”고 했다.


● LIG 손해보험(B조)

▲IN=김진만 양준식(이적) ▲OUT=조성철(군입대) 주상용 권준형(이적)

문용관 감독의 키워드는 조직력의 극대화다. 변화는 공격보다 수비에서 찾는다. “배구는 하나 둘 셋의 경기지만 셋(스파이크)을 잘하기 위해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비와 연결에 방점을 찍었다. 개인보다는 팀을 강조하고 있다. 조정경기를 하며 동료들과의 호흡, 일사불란을 강조했다. 1박2일간 지리산에서 15kg의 배낭을 지고 36km를 걷으며 천왕봉을 정복한 것이 선수들에게 인내와 끈기를 심어줬다고 자평했다. 손현종에 기대가 크다. 한 달간 교생실습에 나가는 바람에 훈련은 부족하다. 서브리시브를 강조하고 있다. 한전에서 영입한 김진만 양준식을 투입해 활력을 불어넣을 예정이다. LIG 이름으로 치르는 마지막 경기라 꼭 우승을 노린다.


● OK저축은행(B조)

▲IN=한상길(군전역) ▲OUT=김홍정(군입대) 김강선(자유신분 이후 이적) 조민수 류기현(이상 은퇴)

김세진 감독은 5월5일 훈련을 시킨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이런 글을 올렸다. “이런 날 훈련시켜서 미안하지만 남들 놀 때 다 놀면 앞서지 못한다.” 특별한 이벤트 없이 용인 숙소에서 훈련을 반복했다. 주장 김홍정의 군입대가 큰 변화다. “그동안 후배들을 잘 다독이며 센터로서도 잘 해줬다. 군에서 제대한 한상길과 강영준이 그 역할을 해줘야 한다. 두 명이 동기인데 아직은 아쉽다”고 했다. 한상길은 실전감각이 필요하지만 “경기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큰 형 역할”이라고 했다.

문제는 세터 이민규다. 손발을 맞출 시간이 없었다. 팀 복귀 시기가 변수다. 김세진 감독은 송희채와 심경섭에 기대가 크다. “송희채는 몸이 좋아졌다. 심경섭이는 송명근이 돌아오면 주전 자리 놓고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새로운 팀 이름으로 출전하고 연고지 안산에서 열리는 대회다. 꼭 4강에 가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 한국전력(B조)

▲IN=주상용 권준형(이상 영입) ▲OUT=김진만 양준식 곽동혁(이상 이적) 김기범(은퇴)

신영철 감독의 목표는 소박했다. “KOVO컵 1승이다. 그동안 단 한번도 이겨본 적이 없어 4강은 꼭 가야한다”고 말했다. 한전은 역대 코보컵에서 2승18패를 기록했다. 2006년 상무를 상대로 1승을 거뒀고 국제대회로 치러진 2009년 이란의 사이파에 이겼다. 그래서 이번에는 V리그 팀을 상대로 첫 승리를 따내고 4강에 가겠다는 생각이다.

훈련이 많았다. “센터 4명을 골고루 사용했다. 세터와 리베로 주상용만 제대로 훈련했다. 상용이가 고생 많았다. 서브캐치만 계속 시켰다. KOVO컵 때는 주상용과 권준형이 주전이다. 겨울 리그를 봤을 때 김정석보다는 권준형의 가능성이 있다. 볼 컨트롤도 더 낫고 속공 토스도 나쁘지 않다. 대표선수 2명은 체력방전이 염려된다. 전광인은 팀에 복귀하면 웨이트를 많이 시키고 휴식을 줄 생각이다. 서재덕은 서브캐치만 시킨다”고 KOVO컵 구상을 밝혔다. 만일 전광인 서재덕이 제대로만 뛰어준다면 강력한 4강 후보다.


● 대한항공(B조)

▲IN=김철홍(웨이버 공시 뒤 계약) ▲OUT=진상헌(군입대) 김민욱(FA미계약) 김태호(웨이버공시) 신경수 이보규(이상 은퇴)

진상헌이 군에 입대했고 신경수 김민욱이 은퇴했다. 이영택도 제 몸이 아니다. 센터공백이 커 보인다. 김종민 감독은 “없으면 없는 대로 하겠다. 전진용 김형우 권혁모가 센터부분을 메워줘야 한다. 모든 포지션이 다 답답하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센터다. 신영수는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아 출전여부가 불투명하다. 가능하다면 라이트로 출전시킨다. 공격방향이 레프트와 달라 허리에 부담을 더 느낄 수도 있다. 레프트는 여유가 있다. 2년차 정지석에서 많은 기회를 줄 생각이다. 세터는 강민웅 조재영이 분담한다”고 밝혔다.

대표팀 차출 중인 윙리시버 곽승석이 언제 팀에 합류하느냐에 따라 스타팅 멤버가 달라질 수 있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김 감독이 밝힌 목표는 4강이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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