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인 아시아] ‘맨발의 꿈’ 동티모르 축구, 인도네시아에 맞서다

입력 2014-09-17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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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별리그 1차전 0-7 대패 불구 박수 갈채

강원도 면적만한 동티모르는 인도네시아 순다 열도에 위치한 작은 섬에 있다. 1859년 동서로 분할돼 각각 포르투갈, 네덜란드의 지배를 받다가 양국의 철수로 인도네시아에 강제 편입됐다. 체제에 순응한 서티모르와 달리 동티모르는 독립을 열망했다. 1975년부터 계속된 유혈사태의 시작이었다.

동티모르는 인도네시아와 협의 후 1999년 1월 독립 찬반투표를 실시했는데, 80% 이상이 독립을 원했다. 결과에 불복한 인도네시아는 정부군과 동티모르 반민병대를 동원해 각지에서 학살을 자행했고, 2000여명 가까운 주민이 사망했다. 유엔(UN)의 개입은 당연했다. 한국 상록수부대를 포함한 UN 평화유지군이 나섰고, 1999년부터 3년간 UN의 신탁통치를 거쳐 2002년 5월 완전 독립이 이뤄졌다.

국가의 역사가 짧은 만큼 스포츠의 전통 또한 길지 않다. 그러나 상록수부대로 시작된 한국과 인연은 상당하다. 2014인천아시안게임에 선수단을 파견한 동티모르가 처음 아시안게임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2002년 부산대회였다. 아직 메달은 없지만, 아시안게임에 꾸준히 참여하며 스포츠를 통한 진정한 아시아의 화합과 평화를 실천하고 있다.

개막에 앞서 먼저 걸음을 뗀 첫 종목(축구)에도 출전했다. 동티모르가 아시안게임 남자축구에 참여한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공교롭게도 첫 출전에서 마주친 첫 상대가 인도네시아였다. ‘인도네시아 더비’로 명명된 15일 조별리그 E조 1차전(고양)에서 동티모르는 인도네시아에 0-7로 대패했지만,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충분했다.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었고, 많은 갈채도 선물로 받았다.

동티모르와 한국축구의 관계도 끈끈하다. 2002년 사업차 동티모르에 갔다가 맨발로 축구하는 순수한 아이들을 본 실업축구선수 출신 김신환 감독이 각급 유소년대표팀을 2003년부터 이끌어왔다. 2010년 개봉한 영화 ‘맨발의 꿈’의 소재이기도 했다. 아주 작고 미약하지만 언젠가 이뤄질 큰 변화의 시작을 동티모르 축구가 알리고 있다.

인천|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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