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지완. 스포츠동아DB
2014인천아시안게임 첫 경기를 앞둔 야구대표팀 나지완(29·KIA)은 태극마크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그는 희미하게 웃었지만, 사실 웃을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다. 그의 팔꿈치에는 몇 개의 뼛조각이 돌아다니고 있다. 신경을 건드릴 때마다 극심한 통증이 동반된다. 그는 “송구는 좀 힘들다. 다행히 대표팀 타순 특성상 수비는 들어가지 않아도 되지만 타격도 완전한 것은 아니다. 테이크백 동작을 할 때 통증이 있다. 방망이를 들기 힘든 건 처음이다”며 얼굴을 찡그렸다.
나지완은 시즌이 끝난 뒤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팔꿈치로 인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부상 여파로 인해 7월까지 활화산 같았던 타격감이 조금씩 떨어졌고,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한 채 대표팀에 합류했다. 그래도 그는 최대한 아픈 티를 내지 않고 있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기 전이나 후나 모든 훈련을 묵묵히 소화하고 있다.
이뿐 아니다. 나지완은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연습경기에서 4타수 2안타 3타점으로 만점 활약을 펼쳤다. 이날 그는 필요할 때마다 적시타를 뽑아주며 류중일 대표팀 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나성범(25·NC)~박병호(28·넥센)~강정호(27·넥센)~김현수(26·두산)로 이뤄진 막강한 클린업 타선에 밀려 7번에 배치됐지만 하위타선에서 강력한 한 방을 보여주며 타순의 완성도를 높였다.
나지완은 “LG전에서는 타격감이 좋아서 나도 놀랐다”며 웃고는 “운이 좋아 잘 맞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긴장의 고삐를 조였다. 팔꿈치에 대해서는 잊으려고 애쓰고 있다. 혹시나 대표팀에 걱정을 끼칠까 “특별히 치료를 받고 있지 않다”고 했다. 사실 치료 방법도 딱히 없다. 최대한 아프지 않도록 관리를 하면서 대회에 임해야 한다. 그럼에도 그는 “참고 해야 한다”며 스파이크 끈을 꽉 조였다.
비단 나지완뿐 아니다. 강정호는 슬라이딩을 하면서 다친 오른손에 테이핑을 하고 경기에 나서고 있고, 김현수는 아시안게임 브레이크가 시작되기 직전 지독한 감기에 걸려 고생하고 있지만 링거 투혼을 발휘중이다.
허벅지가 좋지 않은 강민호는 “태극마크를 단 순간 아픈 건 아픈 게 아니게 된다. 아파서 몸을 사리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금메달’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향해 뛰는 대표팀에게 아픔은 사치인 모양이다.
문학|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