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센 박헌도. 스포츠동아DB
넥센 박헌도(27)에게 최고의 가을이 찾아왔다. 꿈에 그리던 팀의 가을잔치에 당당히 선발 좌익수로 나섰고,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에게 최고의 선물도 했다. 한 시즌의 6개월을 ‘조연’ 혹은 ‘단역’으로 보냈던 박헌도. 그러나 가장 중요한 마지막 한 달은 그 역시 주인공이다.
박헌도는 2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LG와의 플레이오프(PO) 2차전에 8번타자 좌익수로 선발출장했다. 전날 열린 1차전에 이어 이틀 연속이다. “이긴 다음 날은 라인업에 변화를 주지 않는다”는 염 감독의 원칙 덕분만은 아니었다. 박헌도는 0-0으로 맞선 1차전 2회말 1사 만루서 좌중간 1타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넥센이 올 가을 올린 첫 타점의 주인공은 박병호도, 강정호도 아닌, 박헌도였다.
3루 관중석에 앉아 누구보다 그 안타를 기뻐했던 ‘첫 번째 팬’도 있다. 박헌도의 여자친구인 장성미(27) 씨다. 박헌도는 “1년 조금 넘게 만났고, 올 시즌이 끝나면 12월 20일에 결혼하기로 했다”며 수줍게 웃었다. 장 씨가 지켜보는 앞에서, 목동구장이 떠나갈 듯 “박헌도!”라는 함성이 울려 퍼졌다. 박헌도는 손가락을 뻗어 자신만의 신호를 보냈다. 성대한 가을잔치, 관중석의 여자친구, 그리고 자신의 적시타. 늘 꿈꿔왔던 장면이 현실로 나타났다.
사실 박헌도에게는 힘겨운 시즌이었다. 늘 1군과 2군을 오갔다. 넥센의 쟁쟁한 야수진들 속에서 좀처럼 기회를 잡기 어려웠다. 임무는 주로 대타. 47경기에 출전해 성적은 타율 0.245에 홈런 4개, 14타점에 불과하다. 아픈 기억도 있다. 5월25일 대구 삼성전에서 데뷔 첫 홈런을 쳤는데, 팀이 2-18로 대패해 주목조차 받지 못했다. 늘 그렇게 빛보다 그림자가 익숙했던 선수다.
그러나 올 가을은 다르다. 박헌도는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게 전부는 아니다. 안타를 열심히 쳐야 계속 경기에 나갈 수 있을 것 같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일단 두 경기는 개근. 28일에도 그의 반려자가 될 장 씨는 변함없이 관중석을 지켰다.
목동|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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