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중. 스포츠동아DB
대전시티즌과 함께 한 소중한 기억, 영원히 가슴 속에
한국프로축구를 대표했던 ‘레전드’ 김은중(36)이 유럽 무대에 도전한다.
다만 신분은 바뀌었다. 더 이상 선수가 아니다. 지도자의 길을 걷는다. 국내 스포츠마케팅 기업 스포티즌은 23일 “김은중이 K리그 생활을 끝내고, AFC투비즈(벨기에 2부리그)에서 지도자의 길을 걷는다. 이미 가족과 함께 벨기에로 떠났고, 현지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1953년 창단된 AFC투비즈는 2008~2009시즌 벨기에 주필러리그(1부)에 참여한 바 있고, 지난 시즌에는 2부리그 6위로 승격에 실패한 클럽으로 스포티즌이 인수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솔직히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1997년 K리그 대전시티즌에 입단한 김은중은 427경기에 나서 120골 55도움을 올린 최정상급 공격수로 명성을 떨쳤다. 2004년 FC서울로 이적한 뒤 제주 유나이티드-강원FC-포항 스틸러스 등 국내와 해외를 돌고 돌아 친정으로 지난 시즌 복귀한 그는 플레잉 코치로 활약하며 챌린지(2부리그) 17경기에서 3골을 기록, 대전의 클래식(1부리그) 승격을 도왔다. 당시 처음부터 대전을 염두에 둔 건 아니었다. 미국 MLS(메이저리그사커) 진출도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러나 마음이 움직인 건 대전이었다.
그렇게 1년이 흘렀고 또 한 번 선택의 순간이 다가왔다. 이번에는 행선지가 아닌, 조금은 다른 고민이었다. 현역 생활을 이어갈지, 아니면 새로운 길을 개척할지가 핵심이었다. 오랜 고민 끝에 결국 후자를 택했다. 모두가 ‘박수 칠 때’ 떠나는 아름다운 이별이었다.
챌린지에서 클래식으로 복귀한 지금이 적기라고 봤다. 현역을 떠나면 지도자가 되겠다는 결심은 일찌감치 해둔 터였다. 작년 시즌이 끝난 뒤 스포츠동아와 만났을 때도 “지도자 준비는 꾸준히 하고 있다. 최선을 다한 선수 시절처럼 열심히 하면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은퇴를 결심하고 지도자 연수를 준비하던 김은중에게 손을 내민 건 AFC투비즈였다. 체계적인 공부와 지원을 약속했다. 그는 “10년 간 기다려준 대전 팬들과 1년 밖에 함께 할 수 없었지만 그 1년은 영원히 가슴 속에 남을 시간들이고 소중한 추억이다. 이제는 지도자로서 또 다른 기쁨을 드리고 싶다”고 약속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