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25일(한국시간) 미국 메이저리그 마이애미 투수 호세 페르난데스가 보트 사고로 24년의 짧은 생애를 일기로 떠난 지 이틀이 지난 27일. 마이애미 선수들은 그의 죽음을 믿지 못한다는 듯 그라운드에서 눈시울을 붉혔다. 마이애미는 승리로 페르난데스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했다.
이날 마이애미 홈구장인 말린스파크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 마이애미의 경기는 페르난데스를 추모하는 분위기 속에서 차분하게 진행됐다. 마이애미 선수단은 모두 페르난데스의 이름과 그의 등번호 16번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섰다. 일본인 타자 스즈키 이치로도, 미국인 타자 저스틴 보어도 이날은 모두 페르난데스였다. 메츠의 쿠바 출신 타자 요에니스 세스페데스는 경기 전 마이애미 선수들과 만나 슬픔을 나누기도 했다.
경기를 치르는 과정도 슬픔의 연속이었다. 이날 1번타자로 나선 디 고든은 상대 선발 바톨로 콜론이 초구를 던지기 전에 오른쪽 타석에 들어섰다. 그는 이제껏 한번도 우타석에 들어선 적이 없지만 우투우타였던 페르난데스를 추모하기 위해 처음으로 반대 타석에서 초구를 맞이했다. 이어 다시 왼쪽 타석으로 돌아온 고든에게 믿기 힘든 일까지 일어났다. 콜론의 3구째를 때려내 우측 담장을 넘긴 것이다. 시즌 첫 홈런. 묵묵히 타구를 지켜보던 고든은 베이스를 도는 내내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덕아웃에서 그를 기다리던 동료들과 베리 본즈 타격코치도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마이애미 말린스 디 고든.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이날 마이애미가 7-3으로 승리를 거둔 뒤에도 추모는 계속됐다. 돈 매팅리 감독 이하 모든 선수들은 마운드에 둥그렇게 모여 어깨동무를 한 뒤 고개를 숙였다. 한동안 진행된 묵념에 이어 선수단은 16번이 새긴 모자를 마운드 위에 던지고 무릎을 꿇었다. 곳곳에선 눈물을 훔치는 선수들도 보였다. 원래 이날 선발로 예정됐던 페르난데스에게 승리를 바치는 순간이었다.
마이애미 구단은 페르난데스의 16번을 팀의 영구결번으로 지정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리고 올 시즌이 끝날 때까지 16번이 새긴 유니폼을 사용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내비쳤다. 페르난데스가 하늘로 가는 길엔 동료들이 있었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