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시작’ KB손해보험, 투자 결실 맺을까?

입력 2016-10-0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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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손해보험은 적극적 인적쇄신으로 팀의 문화를 바꿔나가고 있다. FA 투자를 단행해 승리를 추구하는 한편에서 현장 중심의 합리적 배구단 운영의 틀이 갖춰지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py@donga.com

KB손해보험은 적극적 인적쇄신으로 팀의 문화를 바꿔나가고 있다. FA 투자를 단행해 승리를 추구하는 한편에서 현장 중심의 합리적 배구단 운영의 틀이 갖춰지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py@donga.com

프로배구 V리그 2016~2017시즌을 준비하며 KB손해보험 배구단은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을 행동으로써 선언했다. ‘이대론 더 이상 안 된다’는 판단에 도달하자 지체 없이 움직였다. 움직임에는 돈이 들었지만 아끼지 않았다. 모기업이 KB금융으로 바뀐 뒤, 스포츠단을 운영하는 패러다임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 달라진 기업문화에서 팀 개조 작업에 돌입한 KB손해보험의 변화를 분석해봤다.

KB손해보험 이선규. 스포츠동아DB

KB손해보험 이선규. 스포츠동아DB



● 사람을 바꿨다

조직의 운명을 결정짓는 것은 결국 인재의 역량이다. 그래서 인재를 알아보고, 키우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내부에 사람이 없다고 판단하면 데려오는 것도 방편이다. 비용이 발생하고, 화학반응이 우려될 수 있겠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쪽이 더 위험할 수도 있다. KB손해보험은 LIG배구단을 인수해 2015~2016시즌부터 V리그에 참여했다. 그러나 첫해 성적(6위)과 경기력은 과거와 다를 바 없었다. 유니폼만 바꿔 입어서 될 일이 아니었다. 팀의 약점을 찾았고, 센터진 보강을 위해 삼성화재에서 프리에이전트(FA)로 풀린 이선규(35)를 영입했다. KB손해보험은 “이선규가 가세해 블로킹과 속공, 서브 등에서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KOVO컵 준우승에서 봤듯 단기성과는 있었다. 이선규의 보상선수로 삼성화재가 부용찬을 선택한 탓에 주전 리베로가 갑자기 비었다. 이 공백을 KB손해보험은 삼성화재에서 웨이버로 풀린 곽동혁 영입을 통해 해결했다. V리그 전통의 명가 삼성화재 출신 선수 2명이 들어오며 ‘이기는 조직의 DNA’가 유입되기를 KB손해보험은 내심 바라고 있다.

트라이아웃을 통해 뽑은 외국인선수 우드리스는 KOVO컵을 통해 KB손해보험의 확실한 라이트 주 공격수 자원임을 입증했다. KB손해보험은 트라이아웃에서 1순위 구슬을 대한항공에 빼앗겼지만 2순위를 잡았다. 그리고 선택한 우드리스가 공격 파괴력에서는 V리그 톱 레벨임을 확인한 것은 안도할 일이다. KB손해보험은 “다른 팀 외국인선수들이 아직 다 보여준 것은 아니겠지만, 트라이아웃 레벨에서 우드리스만한 선수도 흔치 않다는 것을 KOVO컵에서 봤을 것”이라고 평했다. 베스트 멤버 3명이 바뀐 만큼, 기존 KB손해보험 선수들은 나머지 3자리를 놓고 경쟁한다. 경쟁은 활력을 불러온다. 그만큼 선수층이 두꺼워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장기 레이스에서 유리한 요소다.

KB손해보험 강성형 감독. 스포츠동아DB

KB손해보험 강성형 감독. 스포츠동아DB



● 정신을 바꾼다

팀을 혁신한다는 것은 곧 문화를 바꾸는 일이다. 모호한 개념 같지만 중대한 무게감을 갖는 작업이다. KB손해보험의 전신 팀들은 프런트의 현장개입이 심한 것으로 배구계에 소문이 자자했다. 단기성과가 좋지 못하면 가차 없이 감독을 갈아 치웠다. 그리고 다시 시행착오를 반복했다. 그러나 지난시즌 6위라는 실적 부진을 겪었음에도 KB손해보험은 달리 대응했다. 강성형 감독을 재신임했다. 코치진을 일부 개편했는데 이 역시도 강 감독 체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포석이 짙다. 그 대신 ‘어떻게 하면 현장을 도울지’를 고민했다. 그 결과물이 FA시장 참전이었다. 현명한 투자였을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그 의도만으로도 음미할만하다. 사석에서 만난 KB손해보험 전영산 단장은 의외로 배구 얘기를 그다지 많이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이 말만 했다. “감독과 선수들은 배구만 열심히 하면 됩니다. 책임은 내가 집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배구계의 신사로 꼽히는 강 감독은 예전보다 더 집요해졌다는 평이 내부에서 나온다. KOVO컵에서도 세터 권영민, 레프트 김요한 같은 선수를 가차 없이 교체하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트라이아웃에서 우드리스를 선택한 것도 강 감독의 의중이 결정적이었다. KB손해보험 최영준 사무국장은 “강 감독은 덕장 스타일이다. 부각이 잘 안 되었을 뿐이지 선수들이 배구하기 좋은 환경을 마련해주는 지도자다. 2년차를 맞아 승리하기 위한 색깔을 더하고 있다”고 말했다.



● 그래도 남아있는 물음표

보험회사와 마찬가지로 배구단도 리스크 관리가 생명이다. KB손해보험의 리스크는 ‘수비’와 ‘디테일’에 있다. KOVO컵 결승전에서 패배한 것도 1차적으로는 여기에 총력을 쏟은 한국전력을 당하기 어려운 면도 있었겠지만 KB손해보험이 허점을 노출하며 흐름을 놓친 책임도 컸다.

KB손해보험은 전통적으로 높이의 팀인데 우드리스, 김요한 쌍포만 가동해도 호화 공격력을 뽐낼 수 있다. 그러나 수비는 취약하다. 서브 등 허무한 실점도 많다. 강 감독은 일본 전훈 때부터 이 숙제를 놓고 고심했는데 레프트 황두연의 폭넓은 수비 활용과 이강원이 김요한의 백업으로 성장한 것이 성과였다. 높이가 필요할 땐 손현종이, 수비가 필요하면 황두연이 주전으로 나설 것이다. 김요한이 어깨 부상이 완치되지 않은 상태로 시즌에 돌입하는 불안 요소를 안고 있어서 이강원의 비중이 올라갈 수 있다. 이강원 역시 약점인 수비 능력 향상이 절실하다. 어쨌든 레프트 자원이 4명인 것은 KB손해보험의 장점이다. 이 옵션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섞느냐는 강 감독의 전략적 판단이다.

주 득점원인 라이트는 우드리스가 확실하지만 상황에 따라 불가피한 공격 집중을 체력적으로 견뎌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세터는 권영민이 주전으로 나서겠지만 강 감독은 양준식도 중용할 방침임을 KOVO컵부터 시사했다. 두 세터 모두 분위기를 타는 성향인지라 ‘투 세터 시스템’이 윈-윈(win-win)이 될 수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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