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비디오판독, 절박함과 에티켓 사이

입력 2017-01-1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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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비디오 판독은 한국배구연맹(KOVO)이 최초로 시도한 세계적 ‘히트상품’이다. 비디오 판독은 팀당 기본 2회, 최대 5회(오심·판독불가에 따른 추가 1회, 5세트 스페셜 판독 1회)가 보장된다. 본래 도입취지는 기계의 정밀함을 빌려 판정의 정확성을 기하자는 데 있겠지만, 현실에서의 비디오 판독은 그 이상의 많은 것들을 말해준다.


● 비디오 판독 요청을 보면 V리그가 보인다

V리그를 주관하는 KOVO의 집계에 따르면, 2016~2017시즌 남자부는 3라운드(75회-78회-78회)까지 총 231회의 판독 요청이 있었다. 직전 시즌 같은 기간(199회, 63회-67회-69회)에 비해 급증했다. 그만큼 레이스가 긴박했다는 맥락이다. 많이 했다고 오심 비율이 눈에 띄게 상승한 것도 아니었다. 판독 결과, 오심이 정심보다 많았던 팀은 어디도 없었다. 판독의 의도가 순수(?)하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일례로 꼴찌 OK저축은행은 37회 판독을 요청했다. 우승했던 직전 시즌 같은 기간 횟수는 23번뿐이었다. 안 풀릴수록 어떤 돌파구 마련을 위해 판독 시도가 올라간다고 해석할 수 있다. 삼성화재 임도헌 감독은 지난시즌 유일하게 비디오 판독을 80회 신청했다. 이번시즌에도 삼성화재는 43개로 1위다. 반면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27회로 최소다. 최 감독은 “판독 요청횟수가 제한된 만큼 막판 승부처에 쓰려고 아끼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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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디오 판독은 언제나 최선인가?

현장 감독들은 비디오 판독이 흐름을 끊는 목적의 작전타임 대용으로 활용되는 현실을 이해했다. 그러나 판독은 권리임과 동시에 에티켓을 침해할 수 있는 미묘한 경계에 있다. 삼성화재는 8일 대한항공전에서 1세트 10점 이상 앞서는 상황에서 판독을 요청했다. 오심 판정을 끌어내 1점을 추가했으나 ‘그럴 필요까지 있느냐’는 의문이 생길 법했다. 이에 임 감독은 “좋은 흐름의 유지가 중요했다. 확실한 점수는 가져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도 “감독은 선수들과의 호흡을 고려해야 한다. 선수가 납득을 못하는데 감독이 외면하면 신뢰가 깨질 수 있다”고 임 감독의 판단을 지지했다. 이날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은 2세트와 3세트 삼성화재의 파이널 점수 때, 거듭 판독을 요청했다. 특히 3세트는 게임포인트였고, 대한항공 선수들도 터치아웃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이에 대해 감독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에서 할 수 있다”와 “인정할 것은 깨끗이 하는 편이 낫다”로 엇갈렸다. 의도와 별개로, 상대팀의 감정을 건드릴 소지가 있기에 판독 요청은 민감하다. 세상만사가 그렇듯 판독 시도도 타이밍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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