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실함 묻어난 이대성의 편지…유재학 감독 “눈물 핑 돌더라”

입력 2017-03-1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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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스 이대성은 8일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LG와의 원정경기에서 복귀전을 치렀다. 군복무 기간동안 그는 유재학 감독의 조언을 마음에 새기면서 꾸준히 몸 관리를 해왔다. 사진제공 | KBL

2015년 5월의 일이다. 2014∼2015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후 미국에서 휴가를 보내고 수원에 위치한 모비스 숙소로 돌아온 유재학(54) 감독에게 한통의 편지가 와 있었다. 편지를 쓴 이는 시즌 직후 군 입대한 이대성(27)이었다. 논산훈련소에서 기초군사훈련 중 보낸 편지였다.

이대성에게 유 감독은 특별한 존재다. 이대성은 중앙대 재학시절 ‘이단아’, ‘1대1밖에 못하는 선수’, ‘수비가 약한 선수’라는 혹평을 받았다. 이에 상관없이 유 감독은 2013년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한 이대성을 망설임 없이 뽑았다. 팀 훈련에 참가한지 얼마 되지 않아 유 감독은 “이대성은 최고의 가드가 될 자질이 있다. 수비만 놓고 보면 국내최고 수준이다”라고 극찬했다. 이대성은 모비스 입단 후 2시즌 동안 자신을 인정해 주고 기회를 준 유 감독에게 감사한 마음을 편지에 담았다.

유 감독은 숙소 사무실에서 꼼꼼히 편지를 읽었다. 당시 유 감독은 “녀석이 어찌나 편지를 구구절절하게 썼던지 눈물이 핑 돌더라. (이)대성이는 농구에 대한 절실함이 있는 선수다. 그 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훈련받느라) 자기가 좋아하는 농구를 못하고 있어서 농구가 그리울 것 같아 우리 팀 작전용지에 답장을 써서 보냈다”라며 웃었다.

이대성은 21개월간의 군복무 기간동안 절실함을 잊지 않았다. 매일 밤낮으로 개인훈련을 하면서 기량을 발전시켰고 식단조절까지 하면서 몸을 만들었다. 그는 지난 8일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733일만에 복귀전을 가졌다. 팀은 82-87로 패했지만, 이대성은 11점·8리바운드·6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성공적인 복귀를 알렸다. 유 감독은 “상무에서 몸을 이렇게까지 만들어온 선수는 대성이 뿐이다. 첫 훈련 때부터 네이트 밀러가 대성이한테 쩔쩔 맸을 정도다. 경기를 치를수록 더 좋아질 것이다”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대성은 “예전에 감독님이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못 이긴다는데, 즐기는 사람도 절실한 사람은 못 이긴다’고 말씀해주셨다. 앞으로도 절실함을 잊지 않을 것이다. 다시 프로농구 코트에 서니 기분이 좋다. 데뷔할 때만큼 설랬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경기를 통해 보완해 나가면서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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