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4연승, 1위로 치고 나갈 것이라 예상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kt 선수들이 9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삼성을 5연패로 밀어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t가 4연승, 1위로 치고 나갈 것이라 예상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kt 선수들이 9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삼성을 5연패로 밀어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막내 kt의 시즌 초반 돌풍이 심상치 않다. 개막 3연승 행진에서 바람이 멈추는가 싶더니 1패 후 다시 4연승이다. kt는 9일 수원 삼성전에서 완봉승의 주인공인 라이언 피어밴드(9이닝 4안타 11삼진 무실점)를 앞세워 삼성을 3-0으로 제압했다. 시즌 첫 ‘단독 1위(7승1패)’ 등극. 꼴찌후보 0순위였던 kt의 이변을 지탱하는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 ‘경기당 실점’은 단 하나, 마운드의 힘

첫 번째 원동력은 역시 마운드에 있다. 최하위를 기록했던 지난 두 시즌 내내 마운드 불안에 시달렸던 kt는 올해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이는 기록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9일까지 치른 8경기에서 kt가 내준 점수는 단 8점이다. 경기당 1점밖에 허용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우선 선발 마운드가 높아졌다. 1선발인 돈 로치를 시작으로 정대현~피어밴드~주권~고영표로 이어지는 선발진이 초반부터 안정감을 찾고 있다. 선발진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 횟수는 벌써 6차례. 외국인투수 잔혹사와 토종 선발 부재를 동시에 끊어내자 승리를 향한 첫 번째 공식이 완성됐다.

다음 단계인 불펜 역시 든든해졌다. kt 김진욱 감독이 개막 전부터 신뢰감을 표한 불펜진은 현재까지 단 1실점도 하지 않는 무결점 피칭이다. 피어밴드가 완봉승을 따낸 9일 경기를 제외한 7게임에서 무려 2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이 기간 챙긴 홀드와 세이브도 각각 9개와 3개에 이른다. 좌우 셋업맨들이 7회와 8회를 깔끔하게 넘겨주면 조무근과 김재윤이 마지막 이닝을 책임지는 승리 방정식이 서서히 자리 잡고 있다.

kt 로치-정대현-피어밴드-주권(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kt wiz

kt 로치-정대현-피어밴드-주권(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kt wiz



● 믿음에 보답하는 베테랑의 뒷받침

막내 구단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힘은 베테랑에 있다. 특히 30대 중후반에 걸친 고참급 야수들은 코칭스태프의 믿음에 변함없는 활약으로 돌풍에 더 큰 바람을 불어놓고 있다.

4연승에 방점을 찍은 9일 삼성전은 베테랑의 힘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날 김 감독은 이대형~박경수~유한준~이진영으로 이어지는 베테랑 라인을 1번부터 4번까지 전진배치했다. 정규시즌은 물론 시범경기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도 볼 수 없는 라인업이었다.

무엇보다 그 과정이 특별했다. 마운드가 상승곡선을 그리는 동안 타선이 다소 침묵했다는 판단 하에 김 감독은 김광림 타격코치에게 직접 라인업 구상을 요구했다. 이에 김 코치는 전날인 8일 저녁 길고 긴 고민 끝에 경험이 많은 타자들을 앞자리에 배치했다. 타선 흐름이 좋지 않을수록 베테랑들이 팀을 이끌어달라는 주문이 담겨있었다. 효과는 이날 바로 나타났다.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나란히 안타를 때려내고 경기를 진두지휘했다. 코칭스태프의 믿음과 선수들의 보답이 함께하자 kt의 돌풍이 힘을 받고 있는 것이다.

kt 이대형-박경수-유한준-이진영(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kt 이대형-박경수-유한준-이진영(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수원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