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케이스 같았던 평양…저녁 되자 어둠 속으로

입력 2017-04-1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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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시.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공동취재단 평양 체류기

북측 인사들 김 부자 초상화 촬영에 민감
박근혜 탄핵 등 한국 정치상황에 관심도

금단의 땅, 평양의 겉모습은 화려했다. 2015년 신축된 평양 순안공항은 김포공항을 연상케 했다. 세관에선 한국 기자단의 소지품을 모두 검사했지만, 처음 맞닥뜨린 북한인들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생글생글 웃으며 친절하게 대해줬다.

순안공항에서 숙소인 양각도호텔로 향하는 길은 ‘쇼케이스’ 같았다. 창안거리, 미래과학자거리, 여명거리 등 북한이 자랑하는 화려한 거리를 두루 거치도록 동선이 짜였다. 행인들의 모습은 각양각색이었다. 젊은 여성들은 형형색색의 옷을 차려입고 있었고, 자전거를 탄 촌부들의 모습도 눈에 많이 띄었다. 기자단과 선수단은 대동강 양각도에 세워진 47층짜리 양각도호텔에 함께 묵었다. 볼링장, 이발소, 사우나를 비롯해 회전전망식당까지 없는 게 없었다.

기자단은 북한이 보여주는 것만을 볼 수 있었다. 호텔 밖으로 나가는 것도 통제됐다. 이동 중 버스 안에서 사진을 촬영할 순 있었지만, 중간에 하차는 불가능했다. 한 차례 예외가 있었는데, 김일성이 해방 후 평양에 들어와 처음 연설을 했다는 곳에 세워진 개선문에서였다. 그마저도 김일성경기장에서 채 100미터가 떨어져있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어, 경기장으로 걸어가는 동안 마주친 평양시민은 없었다.

북한 민족화해협의회라는 단체에서 나온 인사들이 기자단을 사실상 1대1로 마크했다. 이들은 기자단이 서울로 송고하는 기사, 사진, 영상을 보길 원했다. 특별히 문제삼거나 고치라고 한 적은 없었지만, 상부에 보고하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북한이 민감해했던 부분은 군인의 모습을 촬영할 때였다. 또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초상화를 촬영할 때는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다. 버스로 이동하는 도중 김 부자의 초상화를 촬영하자, 북측 인사는 “(초상화가) 나무에 가리면 안 된다”, “정면으로 찍어야 한다” 등의 토를 달았다.

화려해보였던 평양은 저녁시간이 되면 어둠으로 덮였다. 새벽 4시 호텔 창밖을 바라보니 대동강변에 화려하게 세워진 고층건물에 불빛이 전혀 없었다. 단지 멀리 보이는 주체사상탑과 건너편 김책공대의 한 건물에 걸린 김 부자의 초상화에만 불빛이 들어와 있었다.

북측 인사들은 한국 기자단에게 한국의 정치상황에 대해 끊임없이 물었다. 한 기자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을 지칭하며) 최근 우리 민족의 수치가 있었다. 기자 선생들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세월호와 탄기국은 어떻게 되고 있냐”고 물었다. 한국의 대선에도 관심이 컸다. “이번 대선에서 누가 유력하다고 보느냐”, “안철수 후보가 지지율이 많이 오르고 있다던데 사실이냐” 등을 물었다.

기자단은 6일간의 체류를 마치고 평양에서 나올 때(8일)도 곤욕을 치렀다. 일찌감치 공항에 도착했지만, 오전 11시20분 출발 예정이던 평양발 선양(중국)행 비행기는 아무런 설명 없이 오후 4시30분으로 연기돼 있었다. 이유를 물었으나, “사정이 있다”는 말만 돌아왔다. 고려항공 기내 모니터에는 공항에서와 마찬가지로 김 부자를 찬양하는 공연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평양 |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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