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조협회 ‘국제심판 양성 의도적 축소’ 의혹

입력 2017-07-2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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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체부, 불합리 행정 여부 조사 착수

추천만 있으면 참석 가능한 강습회
국제심판 자격자 한정 엉뚱한 공지
선발비리 A씨 고위직 활동 논란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가 대한체조협회(회장 한찬건·포스코건설 사장)의 의도적인 국제심판 강습회 축소에 대해 조사를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복수의 체조 관계자들은 19일 “문체부가 체조협회의 불합리한 행정을 조사하고 있다. 지난달 문체부 감사실에 접수돼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6월 21일 시작된 조사의 핵심은 체조협회의 ▲국제심판 양성 의도적 축소 여부 ▲편파적인 배척행위다.

사태의 발단은 5월 15일부터 21일까지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국제체조연맹(FIG)의 주관으로 열린 리듬체조 국제심판 강습회였다. 전문 강의→시험 검정의 프로그램으로 짜인 4년 주기의 국제심판 강습회는 전 세계 체조계가 가장 주목하는 행사 중 하나다.

심판들의 주관적인 판단이 상당히 크게 작용하는 리듬체조 특성상 올림픽, 세계선수권 등 주요 국제 이벤트에서 좋은 성과를 기대하려면 꾸준한 국제심판 양성과의 교류가 필수다. 각국의 유명 지도자들도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국제심판 라이선스를 보유한 경우가 많다.

손연재(23)에 이어 ‘포스트 손연재’로 평가받는 김채운(16)을 러시아에서 지도하는 옐레나 니표도바(43) 코치도 국제심판으로 활동한다.

그런데 체조협회는 국제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당시 FIG에서 공지한 강습회 참가자격은 각국 협회가 추천하는 상급 심판들이었다. 심판 등급을 1∼4급으로 구분하는 한국의 경우, 1·2급 심판들은 체조협회 추천만 있으면 누구든지 강습회에 참석해 국제심판의 꿈을 키울 수 있었다. 기존 국제심판뿐 아니라 (국제심판 입문을 위한 국내 심판의) 신규 참석도 가능했다.

하지만 체조협회는 심판들을 제대로 추천하지도, 심지어 공지도 하지 않았다. ‘국제심판 자격 소지자들에 (강습회 참석을) 한정 한다’는 엉뚱한 내용을 전달했을 뿐이다. 한국은 결국 1명만 참석했다. 이미 국제 리듬체조를 주도하고 있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뿐 아니라 대만에서도 신규 심판들이 대거 참석하면서 우리와는 대조를 보였다.

결국 답은 둘 중 하나다. 체조협회가 FIG에서 영문으로 전달해온 국제심판 강습회 참가요강을 정확히 알지 못했거나 혹은 모종의 이유로 국제심판 자격획득을 위한 기회를 원천 봉쇄한 것이다. 많은 체조 인들은 “국제심판 양성을 경쟁국도 아닌 우리 체조협회에서 막는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 (체조협회가) 참가요강을 이해하지 못했을 리 없다. 명백한 사실이 밝혀져야 한다. 이제 우린 4년 더 기다려야 한다”고 푸념한다.

심지어 체조협회는 국제 스포츠 역량강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사업도 방해하고 있다. 문체부가 국민체육진흥공단을 통해 진행 중인 ‘국제심판자격취득 지원사업’에 발맞추기는커녕, 반대 노선을 따라 논란을 증폭시킨다. 지원자들에게는 국제심판 교육이수를 위한 항공료 및 체제비가 지원되지만 체조협회는 아예 참석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체조협회 고위직으로 활동하는 A가 과도한 기득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여긴다. 공정성이 결여된 국내 심판강습회 및 국내대회 심판배정은 물론, 국제심판 강습회 파견까지 지나친 영향력을 끼친다는 얘기다.

A는 또 다른 체조협회 고위 인사 2명과 함께 2014·2015년 리듬체조 국가대표 선발비리 혐의로 2017년 1월 검찰에 기소됐다. 수사를 처음 시작한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A를 포함한 체조인사 3명이 국가대표 선발업무를 방해한 정황을 포착해 ‘업무방해죄’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더욱 기막힌 사실은 A가 현재 직책을 맡은 시점이 검찰 기소 시기와 맞물린다는 점이다. 성추문 인사를 요직에 앉히려는 것도 부족해 국가대표 선발 논란을 일으킨 인사까지 챙기는 것이 한국 체조의 현실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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