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 기자의 타슈켄트 리포트] 신태용의 전사들, 머릿속의 2점은 잊어라

입력 2017-09-0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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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국가대표팀 선수들이 9월 2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보조경기장에서 가벼운 러닝으로 몸을 풀고 있다. 대표팀은 5일 자정 2018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A조 최종전 우즈베키스탄과의 원정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카타르 잡은 시리아, 우즈벡 추월 3위로 치고나와
우리가 지고 시리아가 이기면 시리아가 본선 티켓
염기훈“지지않는 축구 더 어려워…무조건 승리뿐”


꼬여도 이렇게 꼬일 줄은 몰랐다. 8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이란의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홈 9차전 직전만 해도 축구계의 시선은 오직 한 곳만을 향했다. 8차전까지 4승1무3패(승점 13)로 2위를 달린 한국을 바짝 추격하던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 12)의 상황이었다.

그런데 미처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전개됐다. 중국 원정에서 우즈베키스탄이 0-1로 패한 틈을 시리아가 비집고 들어왔다. 카타르를 3-1로 물리치면서 우즈베키스탄과 승점 동률이 됐다. 골 득실에 앞서 3위로 치고 올랐다.

지긋지긋한‘경우의 수’는 더욱 복잡해졌다. 9월 5일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킥오프될 한국-우즈베키스탄전에서 우리가 지고 같은 시각 이란 원정에 나설 시리아가 이기면 월드컵 자동출전권 주인공은 시리아가 된다. 우리가 비기고 시리아가 이기면 승점 동률이지만 이 경우에도 골 득실에서 시리아가 앞선다. 두 팀의 골 득실이 +1로 같기 때문이다.

결국 승점 2를 앞섰다는 것은 우리에게 전혀 의미가 없는 수치다.

더욱 불편한 사실은 우즈베키스탄마저도 시리아의 승리를 예상한다는 점이다. 이미 이룰 것은 전부 이뤄낸 이란이 철저히 실험적인 선수단 로테이션을 시행하면 ‘선 수비-후 역습’으로 꾸준히 결과를 얻은 시리아가 유리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분요드코르 스타디움 보조구장에서 진행된 우리 대표팀의 훈련을 지켜본 우즈베키스탄 축구 관계자는 “지금 시점에서는 시리아도 이판사판이다. 눈앞에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사력을 다할 것이다. 힘과 경험은 부족하더라도 최근의 흐름을 이어간다면 놀라운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물론 대표팀은 최악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패배도, 무승부도 머릿속에서 지웠다. 철저히 이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안정에 우선권을 두느냐, 과감히 전진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승점 3을 얻는 축구를 하려고 한다. 당연히 쉽지 않다. 그동안 원정에서는 유독 힘을 쓰지 못했다.

이란전을 제외하면 최종예선 매 경기 실점을 했고, 승리하지도 못했다. 여느 종목과 마찬가지로 축구에서 징크스는 선수들에게 큰 부담을 준다. 태극전사들은 이기고 있어도 쫓기는 듯한 불안감을 자주 노출해왔다.

그래도 지금까지의 졸전은 마지막 좋은 결실이면 전부 잊혀질 수 있다. 코칭스태프부터 모든 열정을 쏟는다. 연령별 대표팀 시절부터 신태용(47) 감독의 오른팔 역할을 해온 전경준(44) 코치와 김남일(40) 코치, 차두리(37) 코치가 우즈베키스탄의 모든 것을 분석하고 맞춤형 전략을 짜고 있다.

베테랑 미드필더 염기훈(34·수원삼성)은 “지지 않는 축구가 더욱 어렵더라. 지키려다보니 자꾸 움츠러들고 평소보다 경기력이 더 떨어진다”며 정상적인 플레이를 예고했다. 대표팀 스태프는 “솔직히 우리에게 경우의 수는 없다. 이란-시리아전을 신경 쓸 필요도 없다. 그냥 이기면 된다. 쉽지 않겠으나 중대 고비 때마다 한국에 덜미를 잡힌 우즈베키스탄이 받는 압박은 우리의 배 이상일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펼쳤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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