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청춘을 만나다] 원곡고 배구부 센터 박보은 “엄마가 못 이룬 꿈 꼭 이루겠다”

입력 2017-09-0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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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못 이룬 프로의 꿈에 도전하는 박보은. 사진제공 ㅣ 스포티즌

어머니 김정숙씨 중학교 시절 배구선수
집안 사정으로 인해 프로선수의 꿈 접어


세간의 관심과 이목을 휩쓰는 슈퍼스타들의 뒤에는 소리없는 영웅이 숨어있다. 보통 그들의 포지션과 임무는 상대적으로 각광받기 힘들다. 하지만 주어진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며 뒤를 받치는 그들이 있기에 슈퍼스타들이 더욱 빛날 수 있다. 우리는 그들을 ‘언성 히어로(Unsung Hero)’라 부른다.

원곡고등학교 배구부의 센터를 맡고 있는 3학년 박보은(18)은 꼭 그런 유형의 선수다. 그를 지도하고 있는 원곡고 김동열 감독은 자신의 딸 김수지(30·IBK)의 어렸을 적 모습을 박보은에게서 본다고 말했다. 말수가 적고 조용한 성격과 성실히 자기 할 일을 다 하는 점, 배운 것에 대한 흡수가 빠르다는 점이 박보은과 김수지의 닮은 점이라고 김 감독은 말했다.

원곡고는 지난 영광배 중고배구대회에서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주전 세터가 부상으로 이탈한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박수를 보낼만한 성적이었다. 박보은은 이 대회에서 공격상을 수상했다. 센터로서 자신의 몫을 100% 소화한 보상이었다.

그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안산서초 이병설 감독(현 한국초등배구연맹 회장)의 권유로 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다른 아이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키 덕분이었다. 좋은 신체 조건에는 외가 쪽의 유전자가 영향을 미쳤다. 178cm의 장신인 어머니 김정숙씨(42)를 비롯해서, B급 심판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촌오빠 등 외가 모두가 훤칠한 키를 자랑하는 장신 집안이다.

그러나 박보은이 배구선수가 되겠다고 했을 때 쉽게 동의하기 어려웠다. 어머니 김정숙씨가 중학교 시절 배구선수로 활동했던 경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정숙씨는 집안 사정 등 여러 이유로 인해 배구를 계속하기 어려워 프로의 꿈을 접어야 했다. 특히 고된 운동부 생활을 누구보다 잘 아는 어머니가 배구선수를 하겠다는 딸의 결정을 지지하기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지금은 어머니가 박보은의 가장 큰 지원군이다. 반대하던 아버지를 설득한 것도 김정숙씨였다. 박보은은 어머니의 사려 깊은 조언 속에 꿋꿋이 선수로서의 길을 개척하고 있다. 박보은은 “아무래도 같은 길을 걸었던 만큼 모녀지간에만 통하는 것이 있죠”라며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박보은은 5일부터 시작되는 CBS배 전국 남녀 중고배구대회에 참가한다. 박보은은 “엄마의 꿈을 이루고 싶다.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20년 전 어머니가 못 이룬 프로 선수의 꿈을 딸이 이룰 수 있을까. 이번 대회에서 박보은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윤규 스포츠동아 대학생 명예기자 yoon2par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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