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타슈켄트-시작은 불편했지만 똘똘 뭉친 신태용호

입력 2017-09-05 15: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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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은 강했는데, 결과가 따라오지 않았다.

우리 축구국가대표팀은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한 채 기약 없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온갖 풍파에 오르락내리락 부침을 반복했다.

결국 대표팀은 9월 5일 밤 12시(한국시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마지막 경기에서야 자력 월드컵 본선진출 여부를 판가름 낼 수 있었다.

최종예선 여정 내내 좌절을 거듭한 울리 슈틸리케(63·독일) 감독이 물러난 대표팀은 20세 이하(U-20) 월드컵에 도전한 신태용(47)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겨줬다.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시작했던 훈련캠프는 궁금증과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8월 31일 이란과의 최종예선 마지막 홈 대결이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무려 6만 명이 넘는 대관중이 운집해 “대~한민국”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그러나 실망으로 번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란과 득점 없이 비기면서 큰 위기감이 찾아왔다. 10명이 싸운 상대에 졸전을 펼쳐 많은 우려를 남겼다. 이란은 더 이상 한국의 라이벌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란전이 끝난 뒤 ‘캡틴’ 김영권(27·광저우 에버그란데)의 실언은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한 꼴이었다. “홈 관중의 엄청난 함성으로 주변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말은 이후 “관중 응원이 소통에 방해가 됐다”고 변질됐다. 온갖 비판·비난여론이 들끓었다. 대표팀 내부 분위기를 향한 우려가 가득했고 시선도 금세 차갑게 식었다.

우즈베키스탄 원정을 떠났을 때까지도 각종 축구 게시판에는 김영권을 성토하는 목소리들로 뒤덮였다.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김영권은 눈시울을 붉히며 사죄했지만 분노한 대중의 마음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한 경기에 수십 년 동안 쌓인 명예를 걸어야 했던 한국축구의 초조감도 대단했다. 타슈켄트에서 대표팀을 지원해온 대한축구협회 담당자들은 애써 평온한 표정을 지었지만 “(선수단에) 걱정을 끼치거나 쫓기는 듯한 느낌을 주는 행동을 하면 안 된다”고 고충을 살짝 털어놓기도 했다.

타슈켄트에서 선수단은 몹시도 차분했다. 태극전사들은 각자 소속 팀에서 익숙해진 생활패턴을 크게 흔들지 않는 범위 속에서 시간을 보냈다. 기상 직후 숙소 주변을 산책하며 몸과 마음을 깨우고 아침식사를 한 뒤 미팅을 갖고 점심식사와 훈련, 다시 저녁식사와 휴식을 취하는 지극히 평이한 일상을 보냈다. 비교적 긴 일정의 원정에 나서면 종종 진행한 선수단 회식도 타슈켄트에서는 갖지 않았다. 그만큼 절박했다.

훈련은 대부분 비공개였다. 9월 2일 입성 첫 훈련만 이례적으로 초반 35분을 공개했을 뿐 나머지 훈련은 외부에 노출하지 않았다. 예정된 15분 공개시간이 끝나기 무섭게 신 감독은 협회 관계자에게 ‘취재진 철수’를 알렸다. 누구도 예외 없었다. 훈련장 관리인과 경호인력, 심지어 일부 협회 직원들까지 제대로 훈련을 보지 못했다.

모두가 대표팀의 요청에 철저히 협조했다. 중차대한 경기를 앞두고 대표팀이 불필요한 신경을 쓰지 않도록 이심전심, 한마음 한뜻으로 뭉쳤다.

그렇게 타슈켄트에서의 결전의 날, 마지막 밤이 찾아왔다.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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