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외인 자유계약 도입…뒷맛이 씁쓸한 이유

입력 2017-09-0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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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이사회가 2018∼2019시즌부터 외국인선수를 자유계약으로 뽑는다. 외국인 선수 선발방법 논의에 사무국장회의와 TF팀에서 거론된 사안들이 배제된 채 이사회가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일방통행 비난을 사고 있다. 사진제공|KBL

■ 총재의 과욕? 일방적 일처리 논란

당초 사무국장 회의선 내년 2월께 확정키로
KBL, 회의 결과 무시…서둘러 이사회 통과
일부 반발에 신장 제한 내용은 발표서 제외


KBL(한국농구연맹)은 9월 4일 “2018∼2019시즌부터 외국인선수를 자유계약으로 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외국인선수(2명)의 연봉은 70만 달러(약 7억9300만원) 이내로 정했다. 그런 뒤 “외국인선수 선발의 세부적인 운영방침은 2017∼2018시즌 종료 이전까지 실무협의를 통해 결정한다”고 덧붙였다. 많은 문제점을 노출해온 드래프트가 사리지게 된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뒷맛은 개운치 않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 이사회 결과 3일 후에 발표한 까닭은.

KBL 이사회는 9월 1일 오전 8시에 개최됐다. 낮 12시 전에 종료된 이사회 결과를 KBL은 발표하지 않았다. 구단 사무국장 가운데 일부가 이사회에서 외국인선수 선발제도를 확정한 것에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었다.

이유가 있었다. 10개 구단 사무국장들로 구성된 사무국장회의에서는 2018∼2019시즌에 적용할 외국인선수 제도를 2018년 2월쯤 확정하고, 3월에 발표하기로 뜻을 모았다. KBL도 이 내용을 알았다. 그래놓고도 KBL은 사무국장회의 결과는 무시한 채 외국인선수 선발 안건을 이사회에 올려 통과시켰다. 그러자 사무국장 일부가 반발한 것이다.

4일 오전 일부 사무국장들이 KBL에 모여 회의를 했다. KBL 수뇌부에 의견을 제시했다. 그런 뒤 KBL은 이사회 결과를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이사회결정사항 일부가 빠졌다. 외국인선수들의 신장 제한이었다. 1명은 200m 미만, 다른 1명은 186m 미만으로 선발하겠다는 이사회 의견 내용이 발표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사진제공|KBL



● KBL과 이사회는 왜 서둘러 결정했나.

그렇다면 KBL 이사회가 사무국장회의 결과를 무시하고 왜 결정을 서둘렀는지 의문이 남는다. 2018∼2019시즌에 적용할 외국인 선수 선발제도를 2017∼2018시즌 시작 이전에 확정한다는 이사회의 합의가 있었다고 한다. 이후 사무국장 회의에서 결정 시기를 늦추는 게 좋다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이사회가 받아들이지 않았고, 자유계약 도입을 결정했다.

이번 일로 사무국장회의는 유명무실한 기구가 됐다. 외국인선수 제도 변경을 위해 꾸렸던 테스트포스(TF)팀도 헛심만 쓴 꼴이 됐다. 이사회에서 결정된 외국인선수 자유선발과 신장제한 등은 이미 2017년 5월 KBL 수뇌부와 10구단 단장들이 떠났던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수에서 어느 정도 합의된 내용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단장 연수 직후 이러한 내용이 공공연하게 알려지자 KBL은 “합의된 내용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사무국장회의를 통해 더 논의하고, TF팀을 꾸려 좋은 안을 도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요식행위였다는 게 이번 이사회에서 증명됐다.


● 떠날 총재가 욕심 부린 탓일까.

KBL 김영기 총재는 이전부터 단신 외국인선수의 신장을 더 낮출 필요성을 계속 언급했다. 그가 총재 취임 이후 주장해 2015년 도입한 193cm 이하의 단신 외국인선수 선발이 성공적으로 평가받자 “더 화려한 농구를 위해 언더사이즈 빅맨보다 아예 외국인 가드들이 리그에서 뛸 수 있도록 신장제한을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결국 그의 뜻이 관철됐다.

김 총재의 구상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미 총재직에서 물러날 뜻을 밝힌 김 총재가 자신이 수장으로 있지 않을 2018∼2019시즌 외국인선수 선발제도 확정을 무리하게 앞당겼다는 의혹의 눈초리는 피할 수 없다. 2017년 6월로 임기가 종료된 김 총재는 재임의사가 없고, 차기 총재 선임 작업이 마무리되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언했다. KBL 정관을 개정해 10개 구단 구단주들이 총재를 맡을 수 있도록 한다는 구체적인 구상까지 발표했다.

그런데 정관은 아직 개정되지도 않았다. 차기 총재의 밑그림도 안 나왔다. 이번 이사회에서도 차기 총재와 관련한 언급이 있었지만 “좀 더 시간을 갖자”는 쪽으로만 결론이 났다. 자신이 한 약속도 지키지 못한 김 총재가 ‘외국인선수 제도만큼은 내 뜻대로 해놓고 물러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설사 김 총재는 그런 의중이 없다고 해도 일처리 과정을 보면 의구심이 생긴다. 그래서 이번에 바뀐 외국인선수 선수 선발 제도가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불편해 보인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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